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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암 전쟁 해법있나...정부·병원 '고심'

이창진
발행날짜: 2007-02-01 07:10:33

수도권 집중화 홍보로 대응-병상수 규제 방안 '부재'

삼성서울병원 암센터(사진 위)와 세브란스병원 암센터(사진 아래) 조감도.
대형병원의 암센터 증설에 대한 병원계 우려에 정부가 대국민 홍보로 대응체계를 준비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31일 “수도권 암센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막대한 예산이 투입중인 지역암센터의 역할과 기능에 문제가 제기돼 첨단 장비와 시설을 토대로 한 대국민 홍보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 암관리팀은 “올해까지 9개 지역암센터가 건립 운영될 예정이나 삼성, 아산, 세브란스, 가톨릭 등 메이저 병원의 암센터 확충으로 서울로 향하는 환자의 이동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환자들이 선호하는 암 관련 첨단장비를 대폭 지원해 서울 유수병원 못지 않은 지역암센터임을 알리는 홍보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형병원의 암센터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완공될 삼성서울병원의 700병상을 시작으로 서울아산병원 600병상, 세브란스병원 500병상, 강남성모병원 400병상 등 소위 '빅4' 병원에서만 약 2200개 병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암관리팀 관계자는 “고급화 추세인 국민정서상 서울로 집중되는 환자를 당분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수술 후 정기적으로 내원해야 하는 암 질환의 특성상 고속철도라 할지라도 환자와 보호자 모두가 금새 지쳐 버릴 수밖에 없다”며 수도권 집중화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대학병원간 불붙고 있는 암 경쟁이 어디까지 갈지 끝이 안보인다”며 “자칫 암 환자를 봉으로 여기는 풍조가 형성돼 진료 외적인 문제를 발생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해 암센터 경쟁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쳤다.

유수병원의 암 경쟁에 대책을 세우고 있는 곳은 정부가 아니라 감소하는 암 환자 추세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인근병원과 지역 대학병원이다.

이중 지역주민의 높은 참여도로 암 환자 수요를 유지하고 있는 화순전남대병원도 기대보다 우려감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화순전남대병원 지역암센터 문재동 암관리부장(산업의학과 교수)은 “지방 암환자들이 무조건 서울로 향하고 있으나 위암과 간암 등 일반적인 암의 진단과 치료는 병원별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복지부가 9개 지역암센터 건립에만 치중하지 말고 종양별 의료기관의 완치율을 공개해 암에 대한 국민적 동요를 방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암 완치율 공개로 국민 동요 방지해야'

문 부장은 이어 “아무리 교통이 편리해졌다해도 도로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지출하는 지방 환자들이 수도권 경쟁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무조건적인 서울행이 암치료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현 상황에서 또 한번의 소용돌이가 불어닥칠 것으로 걱정된다”며 암 경쟁으로 빚어질 여파에 대한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같은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유수병원의 암병상 증설을 방관하는 정부 정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복지부는 '민간병원의 병상증설은 현행법으로 규제할 수 없다'며 의료정책의 사각지대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복지부 의료자원팀은 “일부 대학병원의 암센터 등 급성기 병상 확충에 대한 우려를 알고 있으나 이를 대처할 수 있는 법이 없다”며 “매년 지역별 병상확충 조사를 통해 정책적 방향을 수립하고 있으나 증축은 해당시에 병상 변경 신고를 하는 것으로 그쳐 통제방안이 부재하다”고 토로했다.

의료자원팀은 “삼성이나 아산 등 몇 몇 병원이 무조건적으로 병상수를 늘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되나 이를 강제적으로 규제화한다면, 복지부에 강한 비판이 쏟아지게 될 것”고 피력하고 “민간 의료기관에서 자신들의 예산으로 병상수를 늘린다는데 무슨 수로 막을 수 있겠느냐”며 권고수준에 불과한 병상정책의 한계를 내비쳤다.

대학병원의 생존경쟁이 서비스 경쟁에서 암 경쟁으로 변모되는 가운데 지역과 수도권, 중급병원과 상위병원 등에서 거세지는 환자 쏠림현상에도 불구, 마땅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부의 답답한 대처술이 국민 불편과 의료비 지출을 가중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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