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경부가 입법예고한 폐기물관리법 시행법규를 둘러싸고, 이를 반대하는 의료계와 중소처리업체, 그리고 이를 강행하려는 정부와 대형처리업체간 갈등이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 박혁규 의원과 쓰레기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는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감염성폐기물의 올바른 관리체계 수립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환경부가 지난 9월 22일 입법예고한 시행법규의 규제강화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으나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먼저 종전에 멸균처리시설을 거치면 감염성폐기물 전용소각로뿐 아니라 일반소각로에서도 소각할 수 있었던 것을, 멸균처리 여부와 무관하게 전용소각로에서만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한 것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논란은 전용소각로를 가진 업체가 일부 대형업체에 불과하고 멸균처리시설을 가진 중소업체들의 장비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때문에 발생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중소처리업체 관계자들은 "소각 후에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관리하면 될 일이지, 불필요한 규제를 강화해서 업체들의 피해를 불러왔다"며 토론회 시작부터 이에 대한 강한 반감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이성한 산업폐기물과장은 "보완 입법을 통해 멸균처리시설을 거쳐도 비용차이가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업자들은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라며 이를 일축했다.
전재희(환경노동위)의원실 관계자 역시 "이 규제내용은 멸균 후 소각이 바람직하다는 종래 환경부의 정책방향과 모순된다"며 반대의견들에 힘을 실어줬다.
또 수입운반업자의 차량 보유대수를 10대 이상으로 강화하고 소각시설 설치기준을 2톤 이상으로 대폭 상향조정한 개정 조항들 역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환경부와 대형 처리업체 관계자는 이것이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은 결과 적절한 처리와 경제성을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수준"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의료계와 중소 업체 관계자들은 "환경부가 대형업체의 독점체제를 옹호한다"며 이를 강하게 반박했다.
이원보 경상남도의사회장은 "이처럼 규제를 강화해서 중소업체가 무너지게 되면 소수 업체에 의한 독점 구도가 형성돼, 처리 비용이 크게 상승하게 되므로 현재의 건전한 경쟁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역설했다.
또 한 중소처리업자는 "소각로 규모와 차량 수를 높인다고 오염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면서 "기존의 법규가 잘못되서 오염을 가져왔던 것이 아니라 환경부가 충분히 단속을 하지 못해서 그런 것 뿐인데 괜한 규제로 고비용 구조만을 추구한다"고 비판했다.
전재희 의원실 관계자 역시 "대형 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로 법규를 제정하는 것은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해야할 만한 사안"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일부 업자들의 경우는 토론 도중 대형 업체들이 환경부와 국회에 로비를 벌인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토론회는 결국 이렇다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양측의 첨예한 입장대립만을 확인한채 마무리 됐다.
논란이 되고 있는 폐기물관리법시행령과 시행규칙은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30일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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