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와 성인 응급실을 분리해 따로 설치토록 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응급의학과 교수들이 비용 조달의 문제 등을 제기하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서울의 모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5일 “우리나라 대형병원들은 바로바로 입원을 시킬 수 없는 구조이다 보니 소아환자들이 어쩔 수 없이 응급실로 오는 사례가 많고, 이들의 90% 이상은 경증환자”라고 강조했다.
이들 경증 소아환자들을 위해 응급실을 별도로 만드는 것은 소아 진료실을 추가로 만드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특히 이 교수는 “경증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소아 경증환자들이 진료를 받지 못해 응급실로 올 수밖에 없는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면서 "문제는 의료전달체계”라고 꼬집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화원(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응급의료기관은 소아와 성인 응급실을 따로 설치 운영해야 한다는 내용의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정화원 의원은 “전체 응급환자 중 소아 비율이 28%에 달할 정도로 적지 않지만 대부분의 응급실은 성인과 소아를 구분하지 않은 채 운영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소아환자들이 중증 교통사고환자나 상해환자를 목격하면서 공포나 정신적 충격을 받을 수 있고, 면역력이 약한 소아의 경우 응급실에서의 2차 감염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만약 소아응급실을 별도로 설치할 경우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적자폭이 누적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한응급의학회 모 교수는 “현재 응급센터 원가보존율은 68~72%에 불과한 실정”이라면서 “소아 응급실을 별도로 만든다면 관련 진료과와 원무과 등도 따로 만들어야 하는데 비용 문제를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굳이 소아 응급센터를 따로 설치하려면 현 응급센터 수가를 100% 보존한 후 검토하는 게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다 소아응급센터가 만들어지면 신생아실, 소아 중환자실도 늘리거나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병원의 경영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응급의학회는 정화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취합, 반대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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