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기관에 수진자 본인확인 의무를 부여하고, 위반시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법안을 놓고 공단과 의협이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였다.
24일 국회 복지사회포럼(대표 장복심 의원) 주최로 열린 '의료기관 환자 본인확인' 입법토론회에서 양측이 설전을 벌인 것.
이날 공단은 보험증 도용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라며 제도의 당위성을 역설한 반면 의료계는 "수진자 본인확인을 의무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한 입법"규제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논쟁의 포문을 연 것은 주제발제자로 나선 건강보험공단 이평수 재무상임이사.
이평수 상무는 이날 발제를 통해 "(의료계는) 의료법상 본인확인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법규정에 명시되지 않았을 뿐이지 의료행위에 앞서 대상을 확인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고 당연한 전제"라고 주장했다.
이 상무는 이어 "(증 도용·대여는) 당사자인 국민, 요양기관과 보험자(공단)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고 "의료인에는 본인확인의 의무를, 환자에는 본인입증 책임을 부여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도 공단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복지부 최원영 보험연금정책본부장은 "건강보험의 기본원칙이나 제도를 운영하는 큰 틀에서 볼 때 수진자와 가입자가 일치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면서 이 상무의 발언에 동의의 뜻을 밝혔다.
다만 최 본부장은 "그러나 이를 법률로 만들려면 수진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 불가피한 사유 등 요양기관에 대한 구제책 등이 좀 더 다양한 사안들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협 "미이행시 과태료 부과는 전대미문의 규제"
이에 대해 의협 전철수 보험부회장은 "의료기관의 본인확인 미 이행시 과태료까지 부과하는 것은 전대미문의 불합리한 규제"라고 반박했다.
전 부회장은 "의료기관들이 마치 환자들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고 진료를 하고 있는 것처럼 얘기가 되는데, 환자들의 신원확인은 지금도 하고 있는 일"이라면서 "문제의 핵심은 의료계에서 현재에도 당위적으로 하고 있는 일을 무리하게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처벌까지 하겠다는데 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과도한 행정규제라는 것.
전 부회장은 "현행 법령상 본인확인이 되지 않은 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의료기관 수진자 본인확인 의무화와 미 이행시의 처벌조항만을 규정하는 것은 과도한 입법규제이며, 타 직종에 비해서도 형평성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전 부회장은 특히 현행의 증 도용문제 중 다수가 건강보험료 체납,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적 문제들과 깊숙히 관계가 있다면서 " 이 같은 사회적 문제들은 방치한 채 소수의 부도덕한 양심불량자를 가려내기 위해 본인확인을 의무화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비효율적인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전 부회장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인식전환 및 제고없이 법령 등을 통한 강제적 규제만이 남발된다면 문제해결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기 어렵다"면서 "과도한 규제정책을 법으로 강제하기 이전에 보험증 도용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적 계도 및 홍보를 강화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자 '원칙적 동의'...보완장치 정비돼야
한편, 이날 토론자들의 상당수는 '수진자 본인확인 의무'를 부활시킬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경북의대 감신 교수는 "의료기관의 본인 미확인, 건강보험증 도용 및 대여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면서 "의료인이 의료윤리 차원에서 환자의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환자에 본인입증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대표 또한 제도 취지에 공감을 표했다.
토론자들은 다만 의료기관에 대한 제재 뿐만 아니라 여타 보완적 장치가 정비되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법무사무소 해울 백경희 변호사는 "요양기관에 대해 수진자 본인확인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일견 명의 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한 뒤 "다만 사례 유형별로 의료기관이 오히려 선의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자와 의료기관의 담합 △의료기관의 주민등록번호 불법 사용 △도용환자만의 고의성 △대여자와의 담합 등 유형에 따라 책임소재가 다른 만큼 이를 법안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
백 변호사는 "앞서 두 가지 유형의 경우 의료기관에도 그 책임이 있다할 수 있겠으나 먼저 환자가 고의로 본인 몰래 명의를 도용했고, 의료기관이 이에 대해 알 수 없었던 경우라면 의료기관의 경우도 선의의 피해자가 되므로 기관에 제재를 가하기는 어렵다"면서 "또 환자와 명의대여자가 담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기관에 규제를 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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