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이 최근 서울대병원이 제기한 ‘진료비 환불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리자 심평원이 항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의학적 임의비급여를 인정할 경우 엄청난 사회적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에 재판부의 판단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14일 “임의비급여를 허용하면 건강보험정책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법리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항소할 방침”이라고 못 박았다.
심평원은 서울행정법원이 ‘별도산정 불가’와 ‘불인정’ 항목에 대해 서울대병원의 손을 들어준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3일 서울대병원이 심평원을 상대로 제기한 진료비 5089만원 환불처분 취소소송 선고를 통해 4803만원을 초과한 286만원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심평원은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의 보호자가 민원을 제기하자 진료비 5089만원을 환급해 주라는 결정을 내렸고, 병원은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서울행정법원이 심평원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항목은 △별도산정 불가 치료재료대(270만원) △식약청 허가사항을 초과한 불인정 약제 투여(16만원) 등이다.
서울행정법원은 별도산정 불가와 관련 “통상적인 방법으로 치료를 할 수 없는데 병원에게 비용 보전을 불허한다면 이는 원고의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며, 헌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급여기준에서 정한 통상적인 치료만 허용한다면 환자의 귀중한 생명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어서 이 역시 헌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경우 법리 적용의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이 식약청 허가사항을 초과해 약제를 투여하고, 해당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토록 한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병원의 주장을 수용했다.
고난이도 시술에 필요해 구연산펜타닐을 사용한 이상 복지부 고시 허가범위를 초과했더라도 요양급여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평원은 서울행정법원이 이들 항목을 의학적 임의비급여로 인정하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법원은 특별한 치료재료와 약제에 한해 환자에게 임의비급여한 것을 인정한 것이지만 전체 임의비급여를 허용해서도 허용한 것도 아니다”면서도 “법원의 논리 전개를 이해할 수 없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현재 약제 허가범위를 초과해 중증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절차가 있지만 서울대병원은 이를 지키지 않았는데 법원이 병원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법원이 임의비급여를 인정한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면서 “항소를 하는 것은 처분 취소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파장을 우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도 서울행정법원이 급여기준을 초과해 환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킨 것을 부당하다고 판결하자 항소 여부를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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