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단 기술에 대한 특허기준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의료계의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특허청은 26일 제약협회에서 열린 ‘의료진단 관련 기술의 특허심사기준 심포지엄’을 통해 “의료행위와 의료행위외 의료방법의 기술적 경계가 모호한 특허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특허청 신원혜 심사관은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과 일본은 의료방법 발명에 대한 산업상이용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으나 미국은 의료행위를 특허범위 포함하고 있고 유럽도 인체와의 직접적 상호작용이 없다면 특허를 허여하고 있다”며 변화중인 선진국의 특허기준을 설명했다.
신원혜 심사관은 “대판원 판례에서도 데이터를 이용한 특정한 기술수단을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하고 “의사가 자연법칙을 이용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환자의 병이나 증상을 살피는 행위도 광의에서 발명에 의한 진단법으로 볼 수 있다”며 진단방법에 대한 특허인정 방침을 피력했다.
그는 “최근 2년간(05~06년) 국내 특허출원된 진단방법 중 국내인은 30%를 차지하고 있고 대다수가 다형성 마커와 암마커 등 실질적인 진단방법에 해당하고 있다”면서 △진단방법 범위의 명확성과 기술의 특허 보호 △인체로부터 분리배출된 이화학적 분석법의 단서규정 삭제 △특허제출시 진단방법 대신 데이터를 수집하는 선행단계로 기제시 특허인정 등 3가지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보건산업진흥원 R&D 이상구 단장(M.D)은 “병원과 의학회, 제약사, 특허청, 복지부 등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의료방법 특허권 허여의 필요성에 82.3%가 찬성의 뜻을 표했다”고 말하고 “더욱이 특허청 실무자와 일반인 모두가 심사규정 변경의 목소리가 높아 특허제 개선에 점진적인 공감대가 있는 것”이라며 진단법의 특허범위 확대를 찬성했다.
성균관대 법대 정차호 교수도 “진단방법을 포함한 의료방법 전체를 특허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고유권한에 특허가 개입되면 정서적 거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인체적 상호작용이 미비한 진단법부터 확대하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동의했다.
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이원희 변리사는 “진단방법을 의사와 환자간 개인적 행위로 규정해 특허를 허여하지 않는다면 고부가가치인 의료산업 성장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제하고 “진단방법 뿐 아니라 수술과 치료 등 모든 의료행위를 특허범위에 포함해 강력히 보호해야 한다”며 의료 분야의 특허범위 확대를 강조했다.
오일환 교수 “의료기술 후대에 주는 게 합당”
반면, 의료계와 제약계는 공익적 목적인 의료진단을 특허로 규정하는 것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가톨릭의대 오일환 교수는 “현대의학은 80%에 달하는 오진율을 0%로 만들기 위해 첨단과학과 진단기술 모두에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과정”이라면서 “특허권 부여로 얻을 것은 많으나 의사들이 특허를 위해 연구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일례로, 오 교수는 “과거 백혈병 진단키트는 일부 의사만 사용해왔으나 이제는 모든 의료기관에서 진단법의 필수요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하고 “우리가 앞 세대의 의료기술을 공짜로 받았으니 일정부분은 후대에도 줘야 하는게 합당하다”며 의료의 특수성에 기초한 특허권 범위 확대의 불가를 표했다.
중외제약 기획조정실 최성필 과장도 “국내 진단시장에서 주류인 진단시약과 X-ray 등은 외국에서 수입해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실정에 불과하다”며 “진단방법을 특허로 규정한다면 제약계와 의료기기업계는 외자사에 잠식될 우려가 크다”고 말해 특허권 확대가 시기상조임을 강조했다.
특허청은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의료계와 제약계, 법조계, 변리사 등의 의견을 취합해 진단방법에 대한 특허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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