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의학적 임의비급여였던 1회용 골수검사바늘이 내년 1월부터 건강보험 급여로 인정된다. 이는 일부 대학병원들이 희생을 감수하며 양심진료를 하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일 요양급여 적용기준 및 방법 세부사항 개정안을 예고하면서 내년 1월부터 골수천자용 바늘에 대해 보험급여를 인정하기로 했다.
현재 보험이 인정되는 골수검사바늘은 1회용이 아니라 재사용품이다.
그러나 재사용바늘은 감염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몇 번 재사용하면 바늘 끝이 무뎌져 환자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러자 일부 의료기관들은 환자의 동의를 받아 재사용 바늘 대신 1회용 바늘(개당 약 5만5천원)을 사용하고, 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했지만 이는 현행법상 부당청구로 간주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성모병원이다.
성모병원은 지난해 말 복지부 실사에서 임의비급여 사실이 적발돼 28억원 환수, 141억원 과징금 처분을 예고 받았으며, 1회용 골수검사바늘도 부당청구 항목 가운데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모병원은 계속 1회용 바늘을 고집해 왔다. 대신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하지 않고 심평원에 청구하는 방법을 택했다.
물론 1회용 바늘은 별도산정 불가항목이기 때문에 100% 삭감됐지만 이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게 병원의 설명이다.
환자의 감염 우려와 고통을 경감하기 위해 1회용 바늘을 사용했지만 환자에게도, 보험에서도 비용을 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지난 1월부터 계속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병원 내부에서는 언제까지 엄청난 손실을 감수할 거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여러 차례 재사용 바늘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가톨릭정신과 의사의 양심을 저버릴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병원은 이 같은 결정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했다.
성모병원은 복지부 환수 예정액 28억원 가운데 약 6천만원이 1회용 골수검사바늘 비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5배 과징금까지 포함하면 3억6천만원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진료비 환급 민원이 9백여명으로, 이들이 대략 4번 골수검사를 받았다면 2억원에 육박한다.
여기에다 1월부터 최근까지 1800여회 골수검사를 시행하면서 비용을 한 푼도 받지 못해 1억여원이 고스란히 손실처리됐다. 이들을 모두 합치면 1회용 골수검사바늘 하나에서만도 6억원 이상의 손해를 본 셈이다.
서울대병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서울대병원은 몇 년 전 감사원 감사에서 1회용 골수검사바늘 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한 것이 적발돼 10억원 이상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병원 역시 감사원 적발 이후 지금까지도 환자에게 비용을 한 푼도 받지 않은 채 1회용 바늘을 고수하면서 1년에 수억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대병원 신희영(소아 혈액종양) 교수는 9일 “재사용 바늘을 사용하면 환자에게 감염 우려가 있다는 걸 잘 아는 의사로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겠느냐”면서 “1회용 바늘이 비싸고, 그 어디에도 비용을 청구할 수 없었지만 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학회에서 수차례 1회용 바늘을 보험급여화 해달라고 건의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면서 “보험급여기준에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감염 우려가 높은 걸 사용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성모병원 조석구(혈액내과) 교수도 “1회용 골수검사바늘을 사용하면서 손실도 적지 않았고, 외로운 싸움이었지만 손해를 보더라도 환자들을 위해 참고 견디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늦긴 했지만 정부가 보험급여를 인정해 준 것은 환자들을 위해 다행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성모병원에서 백혈병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병원에서 1회용 바늘을 포기하고 재사용 바늘을 사용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자 합법적으로 1회용 바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복지부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성모병원, 서울대병원 등의 의료진들이 양심을 걸고 끝까지 1회용 바늘을 포기하지 않고 고수한 결과 백혈병환자들이 보험 혜택을 볼 날도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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