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화로 전환된 패취(파스)제 처방 기피의 이면에는 제도 시행시 관례화된 실태조사의 칼날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의료계와 제약계에 따르면, 모든 환자의 비급여화가 시행된 2월 현재 의원급과 대학병원 등 모든 의료기관에서 패취제 처방이 절반 이상으로 급감해 처방기피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달부터 경구투여가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환자가 처방을 받더라도 약값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이른바 ‘100대 100’ 원칙인 사실상의 비급여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의료기관과 학회들의 잇따른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패취제 비급여화는 현재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이다.
하지만 의원급과 대학병원 의료현장에서 환자들과 부딪치고 있는 의사들의 심정은 답답함을 넘어 어처구니없다는 입장이다.
정형외과개원의협의회 백경렬 회장은 “건보재정 안정화 차원에서 취한 액션으로 보여지나 환자들이 선호하는 파스제 처방을 사실상 막은 것은 우스운 처지”라며 “의료보호 환자의 무분별한 처방사례는 당연히 지적돼야 하나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백경렬 회장은 “복지부와 심평원에서 경구불가에 대한 입증자료를 요구하고 있으나 통근치료를 받는 의원급 환자군의 특성상 이는 곧, 처방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말하고 “환자들 대부분이 이미 제품을 비축해 당분간은 무리가 없으나 제품이 소진되면 불만이 또 다시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의료현실을 외면한 현 제도의 개선책을 촉구했다.
환자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현실에서 의원들의 처방기피를 가중시키는 요인에는 '경구투여 불가'라는 예외조항 뿐 아니라 심사기관의 ‘실태조사’가 잠재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의원 등 많은 의사들이 모호한 심사기준에 대해 심평원에 문의 한 결과, ‘복지부 고시에 입각해 심사한다’ ‘심사의 정확성을 위해 처방건 샘플링을 할 수 있다’ ‘문제가 된 의료기관은 실태조사를 할 수 있다’는 식의 단호한 답변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심평원 약제기준부와 심사부는 “이번달 병원급 심사를 해야 정확히 알 수 있지만 어떤 자료에 첨부했느냐에 따라 향후 유형별 사례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경구투여 불가의 입증자료가 부족하거나 기준에 부합되지 않은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실태조사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의원급 심사를 담당하는 서울지원 심사평가팀도 “주 단위 청구를 하는 일부 의원들의 파스제 처방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것 같다”면서 “올바른 제도 정착을 위해 의료기관과 약국에 대한 기획 실사도 고려하고 있다”며 심평원 내부에서 장려하는 실태조사의 당위성을 은연중에 내비쳤다.
"파스제 비급여화는 펜대에 입각한 정책"
이같은 상황을 감지한 듯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병원들도 패취제 처방을 비급여인 ‘D' 코드로 전환시켜 심평원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패취제 처방코드가 바뀌면서 내부적으로도 급여 처방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전하고 “학회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약제 사용을 강제로 막는 것은 말도 안되는 처사”라면서 탁상공론식 급여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특이한 부분은 대학병원내 정형외과와 류마니스내과, 재활의학과 등에서 ‘100대 100’인 비급여 처방이 예년 대비 30%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점이다.
이는 패취제가 형식적인 치료제가 아닌 관절염과 류마티스, 재활치료 등에 실질적인 개선효과가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류마티스학회 송영욱 기획이사(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류마티스의 경우, 경구용이 가능하더라도 패취제가 국소적으로 질환을 호전시키는데 큰 도움을 준다”면서 “실질적으로 많은 환자들이 도움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펜대에 입각한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약제비 절감 차원에서 시행중인 패취제 비급여화가 ‘삭감’과 ‘처분’이라는 의료기관의 약점에 근거한 무리수로 의료계는 물론, 환자들의 불편과 약제비를 오히려 증가시킬 것이라는 우려감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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