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었던 의료기관평가 사업 예산이 기획예산처 심사에서 전액 삭감돼 사업 첫해부터 좌초될 위기에 처했으나, 국회 예결위에서 예산을 신규 편성, 일단 내년부터 예정대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게 됐다.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조정소위원회는 정부가 제출한 200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수정 의결했다.
이에 따르면 내년도 일반회계 규모는 정부안 117조 5,400억원에서 전년도 최종예산 대비 0.2% 증가한 118조 3,600억원으로 꾸려졌으며, 45개 기금 규모는 237조 6,710억원으로서 정부안보다 4,198억원 증가됐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예산 중 건강보험·국민연금·의료급여 등 예산은 복지부 요구액보다 상당히 삭감된 채 통과 의결됐다.
국민연금 지원예산은 정부안 1,180억원에서 294억원이 삭감된 886억원이 책정됐으며, 의료급여 예산은 정부안 1조8,822억원보다 11억원이 줄어든 1조8811억원이 배정됐다.
또 복지부가 예산 보전을 강하게 요구한 장기요양병상 확충예산도 당초 요구액 150억원보다 30억원이 삭감, 120억원만이 책정됐다.
복지부는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약 8만명의 만성환자인 노인들이 급성병상에 입원해서 1조원의 건강보험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면서 30억 삭감에 반대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반면에 기획예산처 심사 과정에서 전액 삭감돼, 사업 중도하차의 위기에 처했던 의료기관평가 예산은 예결위 소속 김성순 의원(민주당)의 노력에 힘입어 다시 신설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일 김성순 의원은 예결위에 출석해 "지난 10월 1일 의료법시행규칙이 시행돼 내년도 332개 의료기관의 평가를 위해 13억 6천만원의 예산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이를 전액 삭감"한데 대해 기획예산처에 해명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작년에 정부안에 포함시켜왔는데 국회에서 삭감돼서 올해 다시 정부안에 넣어올 수 없었다"며 삭감 이유를 들었으나 김 의원은 "강행규정이므로 차질없이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라"며 예산 편성을 촉구했다.
결국 국회 예결위는 정부안에 포함돼 있지 않던 8억4천만원을 신규 편성, 일단 내년도 의료기관평가 사업은 부족한 예산으로나마 예정대로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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