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들이 올해부터 정시 복수지원을 허용키로 함에 따라 지방 대학에 우수 신입생 확보 비상이 걸렸다.
현재 지방 의전원 신입생 가운데 서울권 대학 출신이 절반가량을 차지하는데다 서울지역 명문 대학 상당수가 올해부터 의전원생을 모집함에 따라 성적 우수자들이 대거 서울로 몰릴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26일 대학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정시 복수지원을 허용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올해 첫 신입생을 모집하는 서울대와 연대가 정시모집에서 2개 대학까지 원서를 접수할 수 있도록 복수지원을 허용하기로 이미 방침을 굳힌 상황이어서 나머지 의전원들이 단수지원을 고수할 명분이 마땅치 않았다.
여기에다 치의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이 복수지원을 허용하고 있는데 왜 유독 의학전문대학원만 학생들의 대학 선택권을 제한하느냐는 따가운 비판여론을 의식한 측면도 없지 않다.
이처럼 복수지원을 인정하기로 최종 결정을 하긴 했지만 논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 의전원 교수는 27일 “서울대, 연대가 복수지원 방침을 백지화할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다른 대학들이 단수지원만 받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대학들의 사정도 있는데 국민들이 보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학생 선택권만 놓고 판단할 순 없어 올해는 단수지원만 하는 것으로 넘어가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정시 단수지원은 특히 지방 의전원을 중심으로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 의전원들이 단수지원을 선호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3월 메디칼타임즈가 자체 조사한 결과 지방 의전원 신입생 가운데 절반가량이 서울지역 대학 출신자들이었다.
지방 의전원 입장에서는 당장 우수한 학생들을 모집할 수 있긴 하지만 이들은 향후 전공의 수련병원을 정할 때나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다시 상경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반드시 좋은 현상만은 아니다.
여기에다 지방 의전원들은 앞으로 서울지역 의전원들과 힘겨운 우수 학부 졸업생 유치전을 펼 수밖에 없는 처지다.
2009학년도부터 서울대, 연대, 가톨릭대, 한양대, 성균관대 등 소위 명문대학들이 의전원으로 대거 부분 전환함에 따라 성적 우수자들이 이들 대학에 복수지원할 건 불 보듯 뻔하다.
이와 함께 전체 27개 의전원 가운데 무려 15개 대학이 올해 첫 신입생을 뽑는다는 점에서 우수한 자원들이 분산될 수밖에 없고, 법학전문대학원 신입생 선발까지 겹쳐 그야말로 지방 의전원들은 이중, 삼중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의전원들은 앞으로 복수지원 전형을 위해 ‘가군’과 ‘나군’을 정하는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 관계자는 “대학 마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승적으로 복수지원 문제를 원만하게 협의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평가할만한 일”이라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가군과 나군을 정할지 어려운 문제가 남아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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