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화사고 피해보상체계 마련을 골자로 하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에 대한 논의가 17년만에 부활할 조짐이다.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는 지난 1992년 약사법상 그 근거규정이 마련됐으나, 의료사고피해구제법 논란과 맞물려 시행이 늦어지면서 사실상 '사문화' 됐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복지부로부터 의뢰받은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 조사 및 실시방안 연구' 결과를 9일 공개했다.
보사연은 보고서에서 "의약품 사고의 경우 의약품 제조업자, 관리주체인 국가, 처방·조제한 의사와 약사, 환자 등 책임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소송으로 가더라도 원인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가차원의 피해보상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주장. 보사연은 "의약품 사용량의 증가, 제약산업 발전에 다른 신약개발 증가, 소비자 주권 및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는 약 부작용 피해구제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약화사고 발생시, 보상금 지급…정부·제약사 출연금으로 재원마련
보사연은 보고서에서 동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방안들을 제시했다. 약사법을 근거로, 사문화된 규정을 현실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들을 제안한 것.
먼저 피해구제대상은 정상적으로 제조, 유통, 조제된 의약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심각한 피해로서, 의약품 사용과의 인과관계를 배제할 수 없는 경우로 정했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경로로 처방·조제받은 약을 약사의 지도에 따라 복용했음에도 불구, 해당 약으로 인해 사망을 초래하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 지속적 또는 중대한 불구나 기능저하가 초래된 경우 등이 이에 속한다.
이에 대한 보상은 피해에 대한 개인적 손실보상이 아닌, 사회적 위로금 성격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방향이 잡혔다. 피해구제 기금을 마련해 사용토록 한 것.
피해구제기금의 재원은 의약품 허가권자가 △기본부담금(생산약 및 수입액의 0.02%~0.03%) △부가부담금(전년도 해당사 제품에 의한 피해구제급여지불액의 25%)의 형식으로 조달하도록 했다.
한편, 논란이 됐던 의료사고피해구제법과의 연계에 대해서는 '별도추진'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보사연은 "양 제도가 각각 추진됨으로써 제도 도입이 빨라지고, 갈등이 최소화될 수 있다"면서 "각 제도가 보상하는 대상과 구제방식이 다르므로 각 제도별 운영기전과 판단을 존중하면서, 자료 협조 등을 통해 유기적으로 협조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부, 정책의지 주목…제약사 협조 구하기 관건
보사연의 연구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연구용역을 맡겼던 복지부의 수용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복지부는 현재 보상방법 및 재원조달 방안, 의료사고법과의 분리추진 등을 중심으로 연구결과 검토를 진행중인 상황.
그러나 정부가 정책의지를 갖고 이를 추진하더라도, 제약사들의 협조를 구하기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기금마련의 주체로 지목된 제약사가 난색을 표할 경우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 제도시행의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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