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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기댈 곳은 손보사"…배상보험 주목

이창진
발행날짜: 2008-11-12 12:01:51

삼성·현대 등과 단체계약 확대…“영업과 보상 양날의 칼”

의사를 상대로 한 폭행 발생이 위험수위를 넘는 가운데 손보사의 배상보험에 대한 의료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진료현장에서 환자들의 폭력과 의료소송시 개원의를 보호할 수 있는 의료배상보험을 주도하기 위한 개원의협의회 차원의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움직임은 의료사고 위험 분야인 외과계를 중심으로 각 진료과로 전파되고 있어 법적 보호책이 없는 현 상황에서 배상보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진료현실이 투영됐음을 의미한다.

가장 먼저 독립적인 배상보험을 체결한 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의 경우, 삼성화재와 현대, LIG, 동부 등 컨소시엄 형태의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배상보험을 지속하고 있는 상태이다.

의료사고 유형에 따라 등급별 연간 70만원에서 600만원의 보험료를 지불하고 최고 1억원의 배상을 받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고광덕 회장은 “현재 600여명의 가입자에 불과한 손보사 가입률도 문제이나 전체 모집단이 적은 만큼 보험료 부담이 크다”면서 “의사를 보호하는 법적 제도가 없는 상태에서 부족하지만 배상보험에 기대될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운 현실을 토로했다.

척추수술과 고관절술 등 고위험군 수술이 빈번한 정형외과개원의협의회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산과·정형외과, 개인적 배상 불가능“

전체 회원 수의 30% 수준인 400~500명이 현대화재와 그린화재, 동부화재 등과 최고 1~3억원 배상액 계약을 맺고 있다.

백경렬 회장은 “의협 공조회에서 운영하는 삼성화재 가입자도 있지만 협의회가 운영 중인 배상보험에 대부분 가입해 있다”며 “사고다발 위험에 놓인 산과와 정형외과 입장에서는 개인적 배상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처방과 검사 중심인 내과 개원의 역시 환자들의 민원과 소송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한화손해보험과 의사 및 병원배상책임보험을 체결한 내과개원의협의회는 의료사고 폭행 및 악의적 파괴행위와 의료과실, 형사합의금, 경호비용 등의 사고시 최고 2억원의 배상을 내년까지 연장 계약한 상태이다.

외과개원의협의회의 경우, 의협 공조회 가입을 별도로 회원들의 권익 강화 차원에서 자체 손보사 계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과개원의협 조성문 회장은 “의협 공조회에 가입한 회원 수가 절반도 안되고 외과 특성 반영에 미흡하다는 의견이 많아 자체적인 계약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고 “상임이사회에서 논의해야 알겠지만 무방비 상태에 놓인 의사들의 육체적, 경제적 보호를 위해 현실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개원가의 이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손보사가 지닌 양날의 칼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손보사 고자세 만연…“뾰족한 대안 전무”

자동자보험 환자 방어를 명목으로 병원급에 이어 이미 의원급까지 확산되고 있는 손보사의 영향력은 ‘칼’과 ‘당근’을 동시에 쥐고 의료기관을 파고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보환자 진료행위와 진료비 지급 협약서에 ‘부당청구를 인정하라’는 식의 날인을 강요하고 있으며 각종 진단서 무상 발급 요구를 당연시 여기는 손보사의 고자세는 이미 개원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자보환자가 집중된 정형외과 등 일부 진료과에서는 의료배상을 위해 단체협약을 맺으면서도, 적정 보상을 빙자한 손보사의 지나친 간섭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삼성과 현대 등 손보사 대부분이 의료배상 가입확대를 위한 의사 영업과 환자 진료비지급 보상을 동시에 하고 있다”면서 “이를 알면서도 손보사 말고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보험료 인하와 새로운 상품 개발을 기대할 뿐”이라고 한탄했다.

의료인 및 의료기관 보호라는 법적 제도장치가 없는 현실에서 보험업계의 커다란 먹이감으로 비춰지는 의료계로서는 야생에서 생존해야 하는 암울한 날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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