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의약분업이 3주년을 맞았다.
이 시점에서 분업 2주년이 되던 작년 여름을 되돌아본다.
지난해 여름, 학계와 의료계에서는 의약분업을 평가하는 세미나와 학술발표가 줄을 이었고 주요 3당과 의료계 단체들도 저마다 성명서를 내고 의약분업에 대한 자기 목소리를 냈다.
의약분업에 대한 찬반논쟁이 연일 신문지상을 달구었고 매스컴의 특집기사들이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결국 뜨거운 논쟁은 의약분업 철폐를 위한 의사들의 궐기대회로까지 이어졌다.
그 후로 1년.
그 사이 달라진 것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조용한가.
직접적 이해관계를 가진 의협이나 병협, 약협 어느 한 곳도 의약분업 3년을 평가하는 세미나 한 번, 그 흔한 성명서 하나 내놓지 않는다. 어디서도 의약분업의 성과를 평가하는 연구발표회나 공청회 열린다는 소식 듣지 못 하겠다. 언론들조차 특집기사는 커녕 병의원과 약국들의 현실조차 제대로 그려 주지 못하고 있다.
모두들 만족한 건가. 아니면 이제 익숙해 져서 그냥 잊기로 했나.
의보재정은 바닥을 드러내고 항생제 처방율도 그다지 줄지 않았다. 국민의 의료비 부담률은 소득증가율을 앞지르고 있고 그런 중에도 의약서비스는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다.
지금도 약국에 찾아가서 '배 아프다'고 하면 이것저것 물어보고 알약 두세 종류에 마시는 약, 그리고 액체위장약까지 듬뿍 얹어준다. "근처 약국에 찾아가야 약이 있을 것"이라며 처방전을 건네주는 병원들도 심심치 않게 본다.
물론 의약분업의 가장 중요한 효과는 단시간에 드러나지 않는다. 분업을 지지하는 시민단체들은 "국민들의 몸 속에서 조금씩 보이지 않는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의약분업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 훼손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이런 조그만 효과라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행여 나아진 부분이 있다 해도, 적어도 잘 한다 못 한다 이야기라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고칠 부분은 고쳐야 앞으로 조금씩이라도 의약분업의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는 이미 의약분업이란 루비콘강을 넘어왔다.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지난날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살을 깎는 개선과정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각 계의 목소리와 반성의 움직임이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가져다 주지 않는다. 조용히 있으면 만족하고 있는 줄로 알고 잘 되고 있는 줄 안다.
의약분업은 그저 병원에서 약을 지을 수 없게 된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의약분업은 만들어져 가는 과정이다. 3주년이 아니라 10주년이고 20주년이 되어도 고쳐가야 할 영원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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