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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에 혜택 가는 자동차보험

박종훈
발행날짜: 2003-08-22 16:16:57

박종훈 • 정형외과 전문의

응급실로 실려 온 환자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 달려가 본다. 추돌사고. 승차중에 뒤에서 다른 차가 와서 들이 받은 경우이다. 환자는 앞 차에 타고 있던 승객.

이런 경우 앞차의 승객은 순간적인 충격으로 목과 어깨 부분이 뻐근하게 아파오며 시간이 지날수록 팔 다리가 저리다고 한다.

응급실에서 만난 의사 선생님은 간단한 방사선 검사와 이학적 검사를 하고 난 연후 큰 외상은 아니니 안심하시라 한 후 1~2 주 정도 몸이 결리는 현상이 있을 것이라 말한다.

아주 전형적인 교통사고 환자의 처치 과정이다. 여기 까지가 의사들의 몫이고 그 다음부터는 환자에 의해서 다음 수순을 밟게 된다.

연락을 받고 나타난 보호자와 가해 차량 운전자 사이에 고성이 한 차례 오가고 - 사실 가해 차량의 기사는 보험회사에 사고 사실만 통보하고 환자를 병원에 모셔다 주는 처치만 했으면 굳이 욕을 먹을 이유가 없는데 - 향후 치료 일정에 대해서 설명하는 의사의 말을 싹둑 짜르며 입원치료를 하겠다고 나선다. 이유는 간단하다. 교통사고는 초기에는 예상치 못했던 후유증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입원을 해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 의료란 것이 100% 예측 가능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환자 가족들이 주장하듯 그런 오류가 그렇게 쉽사리 발생하는 일도 아니고 설령 그런 후유증이 뒤늦게 나타난다 하여도 치료에 하등의 이상이 없음을 의사들은 알기에 통원치료를 권하지만 막무가내 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시 말해 의사의 소견보다 우선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상식이라고 알려져 있는 잘못된 지식들이란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입원치료를 당연시 하게 되는 이유가 한 두 번 교통사고를 경험한 일가 친지들의 은근한 경험담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보상문제인 것이다.

입원을 하게 되면 외래 통원 치료에 비해서 치료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내 돈이 아니라는 의식과 함께 입원을 해야만 보상을 더 받을 수 있다라는 생각이 장기간의 불필요한 입원을 부추기게 되는데 과연 그런가?

답은 그렇다는 것이다.

교통사고 환자에 의해서 발생되는 비용을 줄이려는 보험사들과 여러 관련 단체들의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 여기에는 입원실을 두고 있는 개원 의사들을 환자와 작당해서 돈이나 타먹으려는 사기꾼으로 모는 악의적인 방송까지 동원함에도 - 보험사들의 의료비용 지불금은 좀처럼 줄지를 않는 것 같다.

보험사들은 이에 따라 의료기관을 압박하고 치료비를 지연하고 이런저런 구실을 들어가면서 청구된 금액을 삭감하고 법률적인 정비를 통해서 수가를 내리고자 하는 자구책을 끊임없이 개발하는데 그럼에도 치료 비용이 줄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본 상식으로 알려져 있는 교통사고시의 대비책이란 것을 보게 되면 무조건 입원을 해야만 보상을 더 받을 수 있지 통원치료를 하다가는 담당자와 연락도 제대로 안된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환자에게 상태를 소상히 설명하고 통원치료를 권유한 경우 그 환자는 보상면에서 엄청남 불이익을 보게 되며 처리 자체도 지연되기가 일쑤이다. 결국 속된말로 드러눕는 것이 최고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의료진의 의학적 상식이나 양심적 권유가 끼어들 여지 조차도 없다.

의료환경이 어려운 판국에 그런 식으로 환자를 대하다가는 험악한 꼴을 당하기가 쉽고 입원치료 보다는 통원치료를 함으로써 보험사에 이익을 가져다 준 환자를 우습게 아는 제도 속에서 의사들이 입원을 권유하지는 않더라도 입원을 하겠다고 소리치는 환자를 막을 도리는 없다.

또한 아프다고 하는 환자를 의사가 무슨 근거로 입원을 안 해도 된다고 할 것인가?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 제도는 아무리 그 제도가 옳은 것이고 합리적이라 하더라도 이익이 돌아가는 제도에 밀릴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보험사는 더 이상 의료기관을 통한 치료비의 절감에 매달리기 보다는 보험사에 이익이 되게끔 행동을 취하는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돌아 가게끔 하는 제도적 보완에 힘을 쏟아야만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입원을 하고 자신이 요구하는 보상금을 제시하는 시기까지 무조건 버티는 것이 유리하다는 문화가 정착되게 된 데에는 사실 보험사들이 진정으로 지급 대상자인 환자들을 위하지 않고 얄팍한 언변으로 이득을 취하려고만 하던 지난 시절의 관행이 빚어낸 결과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교통사고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 상해 보험 가입자들에게서도 나타난다.

요즘은 통원치료가 당연한 일반 개인 환자들도 무조건 입원을 하려고 드는데 그 이유가 입원을 안 하면 치료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정관을 살짝 만들어 놓고는 그 동안 보험제도에 익숙하지 못한 환자들에게 지급을 거부하던 보험사들의 관행을 환자들이 자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초기에 정정당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행태로 수익을 거두려던 보험사들의 관행들이 빚어낸 어처구니 없는 일들인데 보험사들은 국민들이 똑똑해져서 정관을 꽤 차기 시작하면 보험료를 올리면 된다는 미봉책으로 나 갈수 있기에 결국 손해는 가입자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으니 그들로서는 합리적인 보험문화를 만들고자 할 이유가 없기도 하다.

조만간 교통사고 환자들의 치료비 지급에 대한 정관 개정이 일부 이루어 진다고 한다.

의료보험 대비 몇 %에서 수가를 결정하느니 마느니 하는 논의와 의료인들이 부당하게 환자를 유치한다느니 하는 애매한 소리들을 듣다 보면 고비용의 구조를 걸머지고 있는 보험사들의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나 이 문제는 그런 식의 접근으로는 절대로 탈피할 수 없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제 보험사들은 그 동안 가입자들에게 진실된 마음에서 혜택이 돌아가게 끔 하지 않고 순간적인 임기응변으로 국민들을 기만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고자 했던 과거의 행태로 인해 태어난 잘못된 국민의식 속에 들어가서 계몽하고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원장님. 무슨 환자분 퇴원하신답니다”는 간호사 말에 “많이 좋아지셨다고 그래?”라는 되물음에 돌아오는 “아니요. 합의 봤다고 그러는데요” 라는 황당한 대답을 이제는 그만 듣고 싶다.

회진을 돌 때에는 그렇게 아프다고 하면서 무슨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사를 들들 볶다가도 합의를 보고 퇴원하면 다시는 내원하지 않는 환자들을 보면서 의사가 아닌 법무사가 된듯한 기분이 드는 이 짓거리가 없어졌으면 싶은 것이다.

왜 보험사들은 자기들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취하는 환자들은 경원 시 하고 그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를 만들어 주지 않았을까?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누구나 입원을 통한 해결책을 선택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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