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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총선 성적표 '아전인수' 해석

강성욱
발행날짜: 2004-04-19 06:16:05
4월 15일, 국민들의 큰 관심과 자뭇 높은 투표율을 보인 가운데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지고 17대 국회를 이끌어갈 국회의원들이 선출됐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재정)는 지난 1년 동안 이번 총선을 ‘정치세력화’의 단초로 판단하고 지속적으로 회원들에게 강조하며 참여를 독려하기를 거듭했다.

의협은 이른바 '반(反)의사' 국회의원으로 평가한 4인을 거론하며 사실상의 ‘낙선운동’을 벌여왔으며 의사출신 국회의원과 친(親)의료계 인사들을 적극 지지함은 물론,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상대로 하는 진료실 선거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4·15 총선이 끝난 후 성적표는 발표됐다.

김홍신, 김성순, 김명섭 의원 등 세칭 '반의료 4적' 중 3인은 낙선의 고배를 마셨으며 의사출신 출마자 중 정의화 후보, 안홍준 후보가 지역구에서 출마해 당선됐으며 또한 전 의협대외협력이사를 지낸 안명옥(분당차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의협 김재정 회장은 이 같은 결과를 놓고 “정치세력화를 내건 첫 번째 선거에서 의료계가 한마음이 되어 반의료계 인사에 대한 응징을 성공시켰으며 3명의 의사 국회의원을 탄생시켰다”고 자평했다.

이러한 김 회장의 자평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들이 의료계 내·외부에 엄연히 존재한다.

우선 상대 직능단체라 할 수 있는 대한약사회의 국회의원은 두 명일지라도 현재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소속이며 이들 또한 보건복지위에 참여, 견제노릇을 톡톡히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총선서 돌풍을 일으킨 민주노동당에서의 1~2명이 복지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보좌진을 구성해 정책지원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재선에 성공한 유시민 의원 본인이 복지위에 잔류할 가능성 또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목할 사항으로는 가능성있는 항간의 목소리일 뿐이지만 노무현 대통령 탄핵건 매듭 이후 개각을 통해 보건복지부 장관직에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김홍신 전 의원이 된다는 하마평이 벌써부터 무성하다.

이러한 주변 상황 전개를 놓고 볼 때 김 회장을 포함한 현 의협의 정국 인식은 안일함을 너머 아전인수식 자평일 수 밖에 없다.

또한 이번 정치세력화 전략에 의협의 운동이 얼마나 판세에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부족하다는 것 또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실제 의료계 내부에서도 반의사 국회의원 낙선에 의료계에 목소리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평가는 속단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물론 '첫 발을 내딛었다'는 자평에 대해 계량화가 불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가 자칫 회원들로 하여금 소기의 성과에 눈과 귀를 저당잡히고 자기합리화의 굴레속에 스스로 매이게끔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제는 냉정한 평가위에 향후 정국상황에 있어 ‘친의료계 국회의원’을 음으로 양으로 밀어주는 것이 아닌 한명씩 한명씩 합리적이고 대승적인 국민건강권 회복을 위해 ‘자신의 편에 끌어안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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