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CT사용이 적법하다는 1심 판결이후 감기에 대한 논쟁부터 한약 포스터 전쟁까지 최근 의료계와 한의계는 견원지간이 남부럽지 않을 정도다.
의료계는 오늘날 논쟁의 원인을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으로 구분되는 의료이원화가 초래한 비극으로 보고 일원화를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 '허준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도 발간하면서 한의학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한 역사적인 시점이라는 논리를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각으로 볼 때 한의학은 현대의학의 잣대인 과학적으로 검증받지 못했다는 점과 한의사들의 동일질병에 대한 각기다른 처방백태, 즉 표준화되지 못한 진료체계로 '메스'가 가해질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한의학이라는 학문을 더욱 체계화시키고 산업화시켜 세계에서 경쟁력있는 국산 의학으로 통용시키려는 정부와 한의계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언뜻 필수불가결한 변화의 과정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의계는 의료일원화를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의료계가 진정으로 한의학의 육성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한의학을 사장시키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료일원화를 외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의사 A씨는 "의료계의 현 일원화 주장은 한의학을 산업적으로 '1원화' 시키겠다는 의도"라며 "의사들의 환자독점을 위해 오랜세월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학문을 말살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왜 의사들이 한의학을 말살하기 위해 의료일원화를 주장한다고 생각할까? '한방의 과학화' 이는 한의계 내부에서도 줄기차게 제기되어 온 아킬레스건이 아니었던가, 이를 의사들과 함께 풀어나가면 안되는 걸까?
불행히도 현 시점에서 의료일원화를 주장하는 의사들은 한방의 피해를 줄이고 통합으로 효과있는 한방의술을 흡수하는 것외 다른 목적은 없어 보인다. 특히 한의학을 육성한다는 목적은 더더욱 아니다.
최근 모 개원의협의회 총회에서는 의료일원화를 주장하는 결의문을 채택, "검증이 안된 치료로 혹세무민하는 한방의료의 일원화 정책을 즉각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문맥상 어색하기도 하거니와 일원화가 '혹세무민하는 한방'을 척결하는 수단으로 비춰진다.
여기서 말하는 일원화는 '혹세무민하는 한방'과 통합하겠다는 말인가? 아니면 '검증안된 한방'과의 일원화를 통해 한방을 척결하겠다는 의지인가?
국민건강을 위해 순수한 학문적 시발점에서 나온 의료일원화가 아닌 기득권을 지키고 흡수와 복수를 위한 의료일원화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왜곡되고 편협한 의료일원화를 외쳐서는 국민적 지지와 변화무드 조성은 한낱 의료계의 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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