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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강남건진센터 "파리 날린다"

전경수
발행날짜: 2004-04-14 06:05:33

당초 하루평균 고객 120명 기대, 그 절반에도 못미쳐

서울 강남지역의 최고 노른자위에 입지하면서 야심차게 이 지역 고객확보에 나선 서울대병원 강남건강검진센터가 당초 기대한 하루평균 고객수를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있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3일 서울대병원 헬스케어시스템 강남센터(원장 오병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4일 문을 연 이후 최근 센터의 하루 평균 고객수는 약 60명 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센터 개원 당시 정상운영을 위해 적정선으로 잡았던 일일 고객 120명 선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

그렇다고 외부에 알려진 바와 같이 이들 고객이 고가의 VIP검진프로그램에 몰리는 것도 아니다. 센터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의 고객수요를 분석한 결과 기업단체 고객 등 중저가 프로그램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반면에 강남센터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 고객 유출을 걱정하며 긴장했던 삼성병원과 아산병원은 여전히 수개월씩 밀린 대기 고객 처리에 고민하고 있을 만큼 연일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이처럼 개원 반 년이 지나도록 기존에 삼성병원이나 아산병원을 이용하던 강남지역의 고객들이 이동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센터 관계자들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

한 대한병원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강남센터의 핵심관계자가 직접 병원협회를 방문해 고객 확보 방안에 대해 협조를 부탁하고 돌아갔다는 후문까지 전해진다.


'서울대병원'아닌 '강남의원'의 이름으로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승부수로 서울강남의 노른자위 자리인 역삼 스타타워 빌딩에 자리를 튼 강남센터가 이처럼 고객유치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병원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홍보부족'을 그 이유로 꼽는다.

다른 주요 건진센터들이 본원과 같이 입지하고 있어서 특별한 홍보작업 없이도 자연스럽게 고객을 유인할 수 있지만, 강남센터의 경우 연건동의 본원과 상당히 거리가 있을 뿐 아니라 본원 자체에도 건진센터가 있어 별도의 홍보활동이 요구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게다가 병상을 보유하지 않고 있는 건진센터는 본원과 함께 있는 다른 센터와 달리 법적으론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등록돼 있어, '서울대병원 강남건진센터'가 아닌 '강남의원'이란 별도 법인으로 호칭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일단 서울대병원의 브랜드네임 이전에 '강남의원'이란 이름으로 먼저 다가가기 때문에 홍보비용이 추가로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의료법상 광고에 대한 제약이 많아 홍보도 여의치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센터로서는 이 못지 않게 더 큰 난관으로 다가오는 것이 기존의 대형 건강검진센터에 익숙해진 고객들을 흡수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을 만큼의 일정 생활수준 이상의 강남 주민들이 주고객임을 감안할 때, 이들은 대개 아산병원이나 삼성병원 건진센터에 그동안의 개인 검진기록들이 오래 축적돼 있기때문에 검진기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중저가 수요 반영한 검진 프로그램개편 예고

센터 행정팀은 이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고객 유치 부진의 원인에 대해 자체적인 분석에 착수했으며, 조만간에 최종 결과를 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본원과 떨어져 있어 질병이 진단됐을 때 연계가 용이치 않을 것이라는 일반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과, 부유층인 VIP 고객 중심의 건진센터라는 인식을 극복하는 것도 해결해야 당면 과제다.

센터 관계자는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실제 방문하는 고객들은 고급 프로그램보다는 중저가 프로그램에 집중적으로 몰리고 있다"면서 "조만간에 단행하게 될 프로그램 개편에서는 고객의 수요를 반영한 부분 개편이 이뤄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센터가 기존의 'VIP중심 마케팅' 이미지를 버리고 좀 더 실질적인 고객 수요에 맞는 중저가 프로그램을 대폭 보강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공공성의 포기'라는 오명까지 각오하며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진을 전면에 내세워 강남지역 공략에 나선 서울대병원 강남센터가, 삼성병원과 아산병원의 오랜 아성을 무너뜨리고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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