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의료기관의 내년도 의료수가 인상률이 2.1%로 결정됐다. 수가협상 결렬에 따른 괘씸죄를 받은 것이다. 환산지수로 따지면 현행 62.1원에서 63.4원으로 1.3원 오른 것이다. 심지어 수가인상 요인이 더 적었던 약국(2.2%)보다 낮은 인상률을 받았으니 기가찰 노릇이다. 경제난에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개원가는 내년에도 암울하게 한해를 온 몸으로 견뎌야 할 것 같다. 결국 공단에 이어 건정심도 개원가가 겪고 있는 경영난을 외면한 셈이다.
이번 수가협상에서도 확인됐지만, 더 이상 공단과 협상을 통해 하는 수가협상은 무의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정심에서 결정하는 구조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장관이 알아서 고시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다. 공단은 모래알 같은 의약단체를 따로 구슬려 의도대로 협상을 끌고 갔다 '예쁜 자식 떡 하나 더주기 식' 협상이었다. 두 번의 유형별 협상에서 가장 크게 이익을 본 것은 약사회였다. 의사협회는 끝까지 버티다가 결국 '쪽박'을 찼다.
정권이 바뀌었어도 의료수가 협상방식은 그대로다. 오래전부터 협상방식의 개선과 건정심의 재편을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어도 재정절감, 의사죽이기 심리가 그대로 변함없이 작동되는 느낌이다. 그러나 더 이상은 곤란하다. 생업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사들의 외침에 진정성을 갖고 화답해야 한다. 1차 의료기관이 붕괴되면 한국의 의료는 없다. 제도개선이나 상대가치점수 조정 등 다른 부분을 손대는 방식으로도 의원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
의료계도 이제는 통하지 않는 명분을 내세우기 보다는 실리를 택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이익이 우선인 세상이다. 수가협상을 통해서도 충분히 확인된 것이다. 민초 의사들도 명분 보다는 실리를 원한다. 의협 집행부도 공단과 시민단체와 정부 탓만 할 게 아니라 협상 방식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뒤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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