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가 작은 병원에 MRI(자기공명영상법), CT(컴퓨터단층촬영) 기기 설치를 도와주는 대가로 억대의 돈을 주고받은 구청 공무원들과 납품업체직원, 병원관계자 3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현행 의료법상 MRI나 CT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200석 이상의 병상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건강검진센터처럼 병상이 없거나 병상수가 적은 소규모 병원에는 다른 병원에 병상을 위임받는다는 '공동 활용 동의서'를 얻어야 이 장비를 들여올 수 있다.
이렇게 남는 병상을 구하는 과정에서, 각 병원의 병상 사정을 조회할 수 있는 구청 공무원과 장비업체 측 간에 뇌물이 오고간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구청 보건소 7급 공무원 박모(38) 씨는 지난 2007년 6월부터 11월 사이에 강남 일대 병원에 동의서를 받아 제공해주는 대가로 업체나 병원관계자들로부터 4회에 걸쳐 2500만 원 상당의 뇌물과 향응을 제공받았다.
관악구청 보건소 소속 박모(48) 씨도 병원에 접촉해 99병상을 구해준 대가로 의료기관 장비업체로부터 150만 원을 받았으며, 마포구청 소속 김모(45) 씨는 자격이 안 되는 병원에 등록을 시켜 기기를 들여오게 한 뒤 서류를 바꿔치기 했다.
이 과정에서 병상 한 개당 5만 원에서 7만 원에 사고파는 전문 브로커가 등장하기도 했다.
서울 은평구 S병원 방사선과 직원 김모(36) 씨는 한국의료품질영상관리원 홈페이지에 접속해 병원 등록 정보를 빼낸 뒤 100여 개 병원으로부터 2천 석 가량의 병상을 확보해 넘겨줬다.
이 과정에서 업체와 병원 측, 브로커 김씨 사이에 1억원 상당의 돈이 오고갔다.
이렇듯 해당 구청공무원들과 병원, 장비업체 관계자들 사이에 뇌물까지 오가면서까지 고가 의료장비가 무분별하게 도입돼 국내에 장비 과잉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통계치에서도 인구 100만 명 당 MRI 설치 대수가 OECD 평균이 8.6대인 반면 한국은 11대며, CT도 100만명당 31.5대가 설치돼 OECD 평균인 17.9대를 훨씬 웃돌고 있다.
MRI나 CT는 대당 5억에서 많게는 30억이상을 호가하기 때문에 의료장비업체측에서는 한 대라도 사활을 걸고 들여오는 상황이며, 병원에서도 한번 촬영하면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어 장비를 확보하려는 추세이다.
이러한 장비 과잉 사용은 고스란히 환자의 의료비 부담으로 돌아간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고가의 장비들이 환자 수요에 의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간 경쟁에 의해서 무분별하게 도입되면서 불필요한 검진이나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강남구청 공무원 박 씨를 구속하고, 전문 브로커 김 씨, 장비업체 직원 정모(33) 씨 등 32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병원들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메디칼타임즈 제휴사/CBS사회부 조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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