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코메디로 막을 내린 장동익 전 의협회장 기자회견을 놓고 뒷얘기가 무성하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기자회견장에서 밝힌 장동익 전 회장의 내부 고발자 명단 미공개는 짜여진 각본에 따른 연출이냐, 소신이냐를 놓고 논란이 가중되고 일고 있다.
기자회견 도중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장동익 전 회장.
장동익 전 회장은 이날 의료전문지 주최 토론회가 열린 서울시의사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부고발자를 응징하기 위해 명단을 가지고 왔지만 그들을 용서하기로 했다”면서 “명단을 호칭하면 엄청난 메가톤급 핵폭발이 있다”며 갑작스런 심경 변화가 있음을 시사했다.
오전까지 실명공개의 뜻을 표명한 장 전 회장이 이처럼 말을 바꾼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는 “강원도에서 지시한 사람, 녹취한 사람, 전달한 사람, 언론플레이 한 사람, 복지부장관 만남 사람 등의 명단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발표하지 못하는 것에 기분이 상하더라도 죽을 때까지 안고 갈 것”이라고 사실상 실명공개 불가 입장을 표명했다.
녹취사건은 2007년 강원도의사회 정기총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장동익 당시 회장이 국회로비 관련 음성과 동영상이 신문과 방송국에 제보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당시 의료계 위상 추락과 장 회장 사퇴라는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장동익 전 회장이 기자회견에 오기 전 주수호 후보 진영과 거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로 장 전회장의 한 측근은 “(장 회장이)아무래도 세브란스에 넘어간 것 같다”면서 “조금 더 경과를 지켜보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에 대해 주수호 후보는 “오늘 장 전회장이 언급한 발언은 이미 의협 게시판에서 거론된 내용으로 새로운 사실은 없다”면서 “힘들지만 정리하고 가야지 어떻게 하겠느냐”며 내부고발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주 후보는 다만, 연대의대 동문들이 장 전 회장을 설득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 내용은 모른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장동익 전 회장이 김세곤 후보를 겨냥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 중진 인사는 “주수호 후보가 아니라 당시 복지부장관을 만난 이원보 감사를 대상으로 한 트릭인 것 같다”며 “장 전 회장 입장에서는 당시 상당히 서운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이유는 장동익 전 회장 자신을 위한 모험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기자회견을 계기로 후보별 제의(?) 수준에 따라 명단공개 여부가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 역할에 해당된다는 것.
이처럼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누가 내부고발자인가라는 본질적 문제에서 출발해 어느 후보의 회장 당선에 결정타인가라는 정치적 문제로 무섭게 진화되고 있다.
언제나 의료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장동익 회장의 입이 언제 다시 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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