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회장 선출방식 간선제 채택 결과를 놓고 의료계가 홍역을 앓고 있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정기대의원총회에서 결정된 간선제 통과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시도와 직역별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간선제 반대 움직임은 전공의협의회를 시작으로 경기도의사회, 울산시의사회 등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을 비롯해 일부 시도 및 서울지역 구의사회도 문제제기에 나서는 형국이다.
간선제는 당초 의학회와 8개 시도의사회에서 의협 상정안건에 채택되면서 부각됐으나 현행 우편투표식 직선제 방식 개선방안 중 한 방편으로 여겨졌지 총회 통과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실제로, 박희두 신임의장이 법정관위원회에서 올라온 간선제 안건을 우선적으로 심의했을 때만해도 대의원 상당수가 회의장을 떠난 상태로 정족수 미달로 부결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박 의장이 회의장 밖에 있는 대의원들의 참석을 종용하는 수차례 방송 후 출석을 점검한 결과, 정원 243명 중 162명 참석이라는 정관개정 정족수 데드라인에 해당되면서 128명 찬성으로 전격적으로 가결됐다.
"설마 했는데 안건통과…회원의견 수렴과정 없었다"
시도의사회 중 간선제 통과의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곳은 경기와 울산 2곳이다.
경기도의사회 윤창겸 회장은 “간선제가 본회의에 상정됐을 때 경기와 인천, 울산 대의원 대부분이 반대를 표하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면서 “설마 했는데 다시 회의장에 들어와보니 이미 안건이 통과된 후였다”며 예기치 못한 결과에 대한 당시 심정을 피력했다.
윤창겸 회장은 “다음주 중 시군구 회장 긴급회의를 소집해 전 회원에게 간선제 찬반을 묻은 설문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하고 “중요한 것은 직선과 간선이 아니라 회원들의 뜻을 수렴하는 과정이 없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울산시의사회 최덕종 회장도 “이번 간선제 통과를 전체 회원의 의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회원들의 뜻이 반영되지 않은 정관개정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우려감을 표출했다.
하지만 간선제 시행시기와 대의원총회 위상을 감안할 때 급격한 반대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급히 결정할 문제 아니다…대결구조로 이어질 수도"
정관개정이 통과됐어도 제37대 회장선거부터 적용되는 만큼 내년도 정기총회에서 재논의 해도 큰 무리가 없다는 의견이다.
또한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총회의 결정사항을 부인하는 것은 모든 결정사항이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간선제를 반대하는 한 시도의사회 회장은 “급하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회원들의 존립이 달린 급한 현안도 많은데 밀어붙이기식 의견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순차적인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또 다른 회장도 “가뜩이나 경영난으로 힘든 상황에서 간선제와 직선제로 회원들을 골치 아프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전하고 “총회 결정이 이미 선포된 마당에 당장 뒤집겠다는 생각은 대결구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차분한 논의를 조언했다.
의학회 한 임원 역시 “총회에서 결정된 시안을 무조건 반대하고 상대방을 욕한다면 누가 의견을 낼 수 있겠느냐”면서 “만약 간선제 통과가 뒤집어진다면 의학회로서는 정기총회 등 모든 의협 일정에 참가할 필요가 없다”며 공격성 글로 들끓고 있는 의협 내부게시판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직선제에서 간선제로의 전환은 향후 의료계 내부의 큰 변화를 가져올 이슈임에는 분명하나 의료 현안을 뒤로 미룬 채 우선시해야 할 사안인지 경만호 당선자와 의료계의 냉정한 판단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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