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의사회와 산부인과학회 간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다. 산부인과의사회가 개원의협의회에서 의사회로 개명을 추진하면서 갈등을 빚은 이후 최근 또 다시 갈등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모습이다.
의사회, 학회 연제발표 취소에 '당황'
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17일 열린 춘계학술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갈등의 골이 그대로 드러나는 일이 터졌다. 산부인과학회 측에 5개의 강의를 부탁했는데 학술대회를 몇일 앞두고 잇따라 연제발표가 취소된 것.
산부인과의사회는 이미 팜플릿과 초록집을 제작한 상태였지만 어쩔 수 없이 추가비용을 들여서 다시 제작했다. 특히 당초 잡혔던 연제 중에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배꼽을 통한 단일공법 복강경 수술 등 최신지견을 담은 내용 등 회원들의 관심을 끌었던 내용이 취소되면서 더욱 실망감이 컸다.
앞서 일부 한두 개의 연제가 취소되는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무더기로 연제발표가 취소된 것은 처음이다.
산부인과의사회 측은 "학회 불과 몇일 전에 연제를 맡기로 했던 교수들이 강의를 할 수없게 됐다며 통보해왔다"며 "학회 내부에서 합의가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종종 이같은 사례에 대해 집안싸움으로 비춰질까 싶어서 대외비로 하고 넘어갔는데 이번 일은 너무했다"며 "앞으로도 이같은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의사회 "학회 위기의식"-학회 "그럴만한 배경있다"
이 같은 의사회와 학회간의 갈등은 산부인과의사회의 명칭개정에서 시작된 것.
'개원의협의회'라는 명칭은 개원의에 국한되지만 '의사회'라는 명칭은 전체 산부인과를 포함한 의미가 높기 때문에 학회는 명칭개정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즉, 개원의들의 모임인 개원의협의회가 산부인과를 대표하는 단체로 확대되는 게 기존에 산부인과를 대표하던 학회 측은 위기의식을 느꼈을 수 있다는 게 의사회 측의 설명이다.
산부인과의사회 고광덕 회장은 "의사회와 학회는 분명 해야할 일이 따로 있다"면서 "학회는 학술적인 면에 집중하는 반면 의사회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권익을 지키고 정부와 맞서는 등 역할을 해야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회를 비난할 생각은 없으며 다만 앞으로 공조체제를 유지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의료수가 인상 등 학회가 나서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의사회가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산부인과학회 측도 연제가 취소된 것은 학회 내에서 논의된 사안으로 그럴 만할 이유가 있다며 의사회에 대한 섭섭함을 내비쳤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대외적인 입장은 하지 않겠다는 게 학회 측의 입장이다.
산부인과학회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벌어진데는 그럴만한 배경이 있었다"면서 "다만 외부에서 보기에 집안싸움으로 비춰질까 싶어 입장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회 내부에서도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놓고 논의를 해볼 예정"이라며 "입장이 정리될 때까지는 배경을 밝히기 어렵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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