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자연분만을 요구했다 하더라도 무리하게 이를 진행해 태아가 뇌손상을 입었다면 의사의 과실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민사 7부는 최근 자연분만 도중 머리가 끼인 채 시간이 흘러 뇌손상을 입은 태아의 부모가 의사의 과실을 물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산모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태아가 엉덩이가 골반에 끼인 둔위상태로 판명됐으나 산모가 자연분만을 요구하면서 일어났다.
산모의 요구를 받아들인 의사 B씨는 초음파검사 후 무통분만을 위해 경막외 마취를 실시했고, 분만 당일 20시 경 분만이 시작돼 태아의 몸 대부분이 나왔으나 머리가 산도에 걸려 분만이 지체됐다.
이후 1시간여가 지난 21시경 완전히 분만하는데는 성공했지만 태아는 움직임이 없고 자발호흡이 없었으며 입원치료 결과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 등이 발생해 현재까지도 뇌손상이 호전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의사측 변호인은 둔위 자체가 태아의 상태가 나쁘다는 것을 의미하며 둔위가 뇌성마비의 원인인자이므로 이를 의료과실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태아가 둔위상태인 경우 위험성이 높으므로 자연분만이 가능했다 하더라도 산모에게 자연분만의 위험성과 제왕절개의 위험성을 설명해 신중하게 분만방법을 선택하게 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또한 머리가 산도에 끼어 분만이 지체됐을 때에도 신속히 마우리소우 수기 등 분만보조방법을 사용해 신속히 이에 대처했어야 한다"며 "아울러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제왕절개술을 준비했어야 하지만 이에 대해 일체의 준비도 하지 않은 것이 인정된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의사에게 이러한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신생아 중에 분만 중 원인으로 뇌성마비가 나타날 확률은 6~8%로 알려져 있으므로 과실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뇌손상이 일어났을 확률을 배재할 수 없다"며 "또한 환자도 둔위상태의 질식분만의 위험성을 충분히 검토해 분만방법을 결정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의사에게 100%의 과실을 묻는 것은 부당한 면이 있다"며 의사의 책임을 50%로 제한, 3억여원의 배상책임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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