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의대 부속병원 임상교수가 아니더라도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과 같은 의대 협력병원 가운데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소속 교수에 대해서도 제한적으로 겸직을 허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위해 정부는 1차적으로 이들 의대 협력병원을 평가해 학생교육병원으로 지정한 후 평가 대상을 전체 의대 부속병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평가에서 탈락하거나 하위 등급을 받은 의대 부속병원에 근무하는 임상교수들은 전임교수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26일 메디칼타임즈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1일 ‘의대 실습 협력병원 활용방안 관련 전문가 검토회의’를 가졌다.
전문가회의에는 모 의대 학장을 포함한 전문가 6명과 교과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날 전문가회의 안건은 의대 협력병원 교원 겸직 허용 방안과 학생교육병원 지정 평가인정제 도입 방안이다.
이와 관련 교과부는 “현재 성균관의대, 울산의대 등 7개 사립의대는 의대 소속 교원을 학교법인(의대 부속병원)이 아닌 협력병원에 파견해 겸직허가 또는 근무지 지정 등의 형식으로 진료 및 교육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이들 7개 의대는 17개 협력병원(의료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에 약 1600명의 교원을 겸직근무토록 하고 있다.
2008년 1월 기준으로 의대 협력병원 교원 수를 보면 △관동의대 167명(명지병원, 제일병원) △성균관의대 409명(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마산삼성병원) △가천의대 184명(길병원, 동인천길요양병원, 남동길병원, 철원길병원) △울산의대 432명(서울아산병원, 강릉아산병원) △을지의대 96명(서울 을지병원, 금산을지병원) △한림의대 98명(강동성심병원) △차의대 206명(서울 차병원, 분당차병원, 대구여성차병원) 등이다.
이들 전임교수들은 모두 사학연금, 건강보험에 가입해 있으며, 정부가 각각 20% 수준에서 국고 지원을 하고 있다.
의대 협력병원 전임교원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대두된 것은 교과부가 이들 7개 의대 가운데 순천향의대, 을지의대에 대한 감사에 착수해 협력병원 파견의사에 대해 겸직을 허용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린 게 발단이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의대 협력병원 교원들을 대학에 복귀하거나 ‘겸임교원’으로 활용하라고 시정조치하고, 겸직교원의 사학연금과 건강보험에 대한 법인부담금과 국고보조금을 환수 조치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순천향의대는 지난해 11월 3개 협력병원을 의대 부속병원(학교법인)으로 전환했다.
반면 을지의대는 감사결과 처분요구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 이어 지난 10월 30일 2심에서도 패소했다.
협력병원에 전임교수를 파견하는 것은 사립학교법을 위반한 것으로, 교과부가 이들에 대해 전임교원 지위를 불인정하고, 사학연금 및 건강보험료 국고보조금을 환수한 것은 정당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이번 고등법원의 판결로 을지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17개 협력병원에 근무하는 1600여명의 파견 임상교수제도에 대한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이들 협력병원 교원의 겸직을 허용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사립학교법 제55조(복무)를 개정할 계획이다.
다만 협력병원이 평가인정기준을 충족하면, 일정 교원에 대해 겸직을 허용하겠다는 게 교과부의 구상이다.
교과부는 협력병원 겸직 허용 인원을 적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총원 상한’을 검토하고 있다.
평가인정기준을 충족한 대학별로 총장이나 학장이 자율적으로 협력병원 교원에 대해 겸직 임용하도록 하지만 겸직교원 허용 상한을 설정, 제도를 악용해 남발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교과부가 예시한 첫 번째 방안은 겸직교원 총원을 편재상 전체 학생수(1~4학년)의 1배(의대) 또는 2배(의전원)로 하되, 상한을 300명으로 하는 방안이다.
만약 이렇게 하면 성균관의대와 울산의대 협력병원들은 평가인정기준을 충족한다 하더라도 각각 109명, 132명의 교원에 대해서는 전임교수 지위를 해지해야 한다.
두 번째 안은 협력병원에 대해 평가를 실시해 인정등급(1~5등)에 따라 겸직교원 총량을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협력병원은 편재학생수×1을, 2등급은 편재학생수×0.8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겸직허용 총원 상한을 규정하지 않고 대학 총장이나 학장이 교육과 연구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겸직을 허용하는 방안이지만 시행 가능성이 낮게는 견해가 많다.
협력병원 평가인정 지표안은 △연구실적지표(최근 3년간 교원 1인당 SCI급 내지 Index Medicus 등재 논문수) △교육실적지표(학생수×부속병원․협력병원수×Week)△교육여건지표(수련병원 시설조건을 준용하되, 별도의 교육연구시설 확보)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교과부는 예시했다.
교과부는 향후 정책연구를 통해 평가인정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교과부는 대학설립운영규정을 개정해 의대는 부속병원을 갖추되, 교육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교과부장관이 정하는 평가인정기준에 부합하는 병원에 위탁해 실습할 수 있도록 명시하기로 했다.
교과부는 평가인정기준 마련과 시행을 위해 의학교육평가원과 같은 단체를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특히 교과부는 평가인증제를 이들 의대 협력병원에 대해 우선 시행한 후 일정 준비기간을 거쳐 의대 부속병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의대 부속병원이라 하더라도 평가인정기준에 적합하지 않거나 하위등급 판정을 받으면 소속 전임교원들의 지위도 보장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의대 부속병원에 대해 평가인정제도가 시행되면 가톨릭의대처럼 다수의 부속병원을 보유한 의대들은 전임교원 수를 축소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교과부는 법 개정이 완료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관련 법령 개정 전까지 협력병원 임상교원의 의대 복귀나 겸임교원 발령, 건강보험 및 사학연금 국가, 법인 부담금 환수조치 등을 유예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립학교법을 개정, 의대 협력병원 교원에 대해 겸직을 허용한다 하더라도 기존 겸직교원에까지 이를 소급 적용할 경우 위법 소지가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교과부의 입장이다.
교과부는 이달 중 사립학교법 등 관련 법령 개정안을 마련해 내달 입법예고한 후 내년 2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거나 입법 시기를 고려해 의원입법을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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