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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어라" 목청 높이는 교수…꿈쩍 않는 원장

발행날짜: 2010-03-30 06:50:18

수입 늘었지만 수련환경 개선 뒷전 "지방 여전히 적자"

|기획특집| 외과 흉부외과 수가 인상 10개월 점검

보건복지부는 외과와 흉부외과 전공의 기피현상이 점점 더 심각한 양상을 보이자 2009년 7월부터 수가를 각각 30%, 100% 가산했다. 그러나 수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수련병원들이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지 않았고, 환자들의 빅5 집중현상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전공의 수급 불균형과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오히려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수가 인상 10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의료기관과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향후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편) 수가 인상효과 빅5 집중, 지방은 적자 허덕
(2편) 외과·흉부외과 수련환경 달라진 게 없다
(3편) 지방대병원 수가인상 상대적 박탈감 심화
(4편) 여전히 목마른 중소병원·동네의원
(5편) 정부가 나서야 진료 기피과가 산다
정부가 전공의 수급 개선을 위해 지난해 7월 외과와 흉부외과 수가를 인상했지만 상당수 수련병원들은 수련환경 개선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전문의를 충원하거나 의국환경을 개선하는 등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인 수련병원은 절반도 되지 않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메디칼타임즈가 29일 각 학회와 병원협회 등을 통해 전국 흉부외과-외과 수련병원들의 수가인상분 활용현황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 병원들이 지원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었다.

외과의 경우 총 108개의 수련병원 중 의국환경 개선에 수가인상분을 활용한 병원은 50곳에 불과했다.

그나마 50개 수련병원도 현재 의국환경 개선을 위해 비용을 투입했거나 더 투자할 계획이 있는 병원을 중복 집계한 것이어서 실제 수련환경 개선에 투자한 병원은 이보다 적다.

전문의를 충원한 병원도 극히 드물었다. 108개 수련병원 중 49곳만이 지도전문의 등 스텝을 충원했거나 영입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지역별 편차도 심하다. 서울지역 39곳의 수련병원 중 19곳이 전문의 증원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경기지역은 19곳 중 6곳에 불과했으며 충청(5곳 중 1곳), 경상(7곳 중 2곳) 등 지방 수련병원일수록 지원 의지가 약했다.

흉부외과는 외과에 비해 수가가 더 많이 인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정이 더욱 좋지 않았다.

총 108곳의 수련병원 중 의국환경 개선했거나 추가 개선할 계획이 있다고 중복응답한 기관은 41곳에 지나지 않았다.

전문의를 충원한 수련병원은 27곳에 불과해 문제가 더 심각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전공의 기피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지원된 수가인상이라는 선물 보따리가 병원들의 배만 불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원용 회장은 "수가가 인상된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혜택이 전공의들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병원별로 차이가 커지면 양극화만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방임 아래 병원별로 수련환경과 급여차가 벌어지면 결국 수련의 질도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며 "지금 즉시 전공의 정원책정과 급여차이, 양극화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을 고민하지 않으면 기피과 지원정책은 반짝 정책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대한흉부외과학회 모 교수는 "일부 대형병원 외에는 지원책이 매우 미비한 것이 현실"이라며 "사실 제대로 조치한 병원은 10곳도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A대병원 흉부외과 과장은 "수가인상의 혜택이 병원으로만 집중되고 있다"며 "결국 전공의들에게 돌아갈 돈이 병원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병원들도 할말이 많다. 수가가 올랐어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인데다 서울의 대형병원들이 환자를 독점하면서 수가 인상분이라고 해봤자 얼마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B대병원 관계자는 "수입증가분이라고 해봐야 1년에 몇 억에 불과한데 이것으로는 적자를 메우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이것을 쪼개 지원해봐야 대형병원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생색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아무리 전공의들에게 지원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여도 병원장들이 꿈쩍하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하다는 의견도 많다.

C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병원장들은 적자를 보고 있는데 무슨 지원이냐는 식이다"면서 "이런 사정을 아니까 더 강하게 요구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러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외과학회와 흉부외과학회는 수가인상으로 들어오는 잉여수익의 70% 이상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써달라고 병원에 권고하고 있지만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가 직접 나서 수가인상분을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병원들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대한외과학회 문재환 보험이사는 "학회에서 계속 권고해봐야 강제할 힘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남의 병원에 대고 이래라 저래라 할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이어 "학회 입장에서는 차라리 보건복지부가 나서 강하게 이를 규제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공식적으로 사용 용도를 제한하고, 이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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