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병원급 의료기관의 본인부담금을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자 대형병원들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소 대학병원들을 비롯, 종합병원급 의료기관들은 환자들의 부담과 불만을 걱정하며 혹여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부산한 모습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최근 브리핑 등을 통해 상급병원은 물론,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의 본인부담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복지부는 오는 7일로 예정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제도개선소위에서 이같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자 병원계는 이같은 방안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 규모별로 반발의 강도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대형병원은 다소 여유로운 모습이다. 오히려 정부가 바라는 결과는 오지 않을 것이라며 정책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모든 대형병원이 마찬가지겠지만 내원, 입원환자의 대부분이 암환자 등 중증환자"라며 "이 환자들은 대학병원이 아니면 감당할 수 없는 환자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경증환자들의 대학병원 진입을 막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대다수 대학병원에 경증환자의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며 "특히나 경증으로 대학병원을 찾는 이들은 특별히 비용을 상관하지 않는 환자들"이라고 덧붙였다.
즉, 경증환자의 접근을 차단하는 효과보다는 환자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견해다.
B병원 관계자는 "본인부담금 인상으로 환자쏠림 현상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계속해서 검증된 이론"이라며 "오히려 정말로 대학병원에 와야 하는 환자들의 의료접근성만 해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중소 대학병원들은 물론, 종합병원급 의료기관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최근 3차병원으로 승격된 병원들의 고민은 더욱 깊다.
C병원 관계자는 "지난해 3차병원으로 승격됐을때도 본인부담금 인상에 대한 환자들의 불만이 많았다"며 "이를 이해시키고 홍보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는데 여기다 또 본인부담금을 인상한다면 상당히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종합병원급 의료기관들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지역환자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본인부담금 인상은 환자들의 불만에서 나아가 환자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 한 중소병원장은 "종합병원들은 로컬과 대학병원을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며 "만약 현재 알려진대로 종합병원의 본인부담금을 100%로 올린다면 모두 대형병원으로 몰려가지 누가 종합병원에 오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국 이러한 방안은 의료전달체계에 더욱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며 "건보재정을 유지하기 위한 땜질식 처방으로는 원천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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