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의사-영업사원 관계 재정립 시급하다
의사-영업사원 간 신뢰도가 크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의사는 영업사원을 무의미한 존재로, 영업사원은 의사를 그저 약 처방을 위한 접대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커진 탓이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영업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태를 파악,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치유책이 무엇인지 진단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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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출 지상주의에 인간적 유대는 뒷전
<2> 접대하는 영업사원 이미지 탈피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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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제약사 영업사원과의 관계는 영원한 '갑을관계'로 표현된다. 자신의 약을 써주는 주체가 의사이다보니 자연스레 그들을 모시는 행위가 당연한 관행으로 자리잡은 탓이다.
제약업계는 이러한 관계가 종식돼야 의약품 리베이트 악순환이 해결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복제약 위주의 국내 제약업계 특성상 어쩔 도리가 없다며 뾰족한 해답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자, 현장에서 직접 대면하는 의사-영업사원 간의 신뢰도는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본연의 임무는 오간데 없고 '의사 접대'가 주 업무가 된 영업사원은 주체성과 일의 명분을 잃게 되고, 의사 역시 영업사원을 그저 '나에게 잘하는 사람'으로 낙인찍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외 영업사원들 대부분은 자신의 임무를 그저 의사 비위를 잘 맞춰 처방이나 이끌어내는 역할이라고 한정했고, 의사 역시 영업사원의 존재 가치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모 성형외과 원장은 "영업사원들에게 의학적 지식을 얻고자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잘라말했다.
영업사원은 영업사원대로, 의사는 의사대로 서로에게 큰 의미가 없는 것이 이곳의 냉정한 현실이다.
접대하는 영업사원 이미지 탈피해야
업계는 이렇듯 무너진 의사-영업사원 간 신뢰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영업사원에게 보다 능동적인 사고 방식을 가질 수 있는 제도 정착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의료계에 깊숙히 뿌리박힌 '접대하는 영업사원'의 이미지 탈피를 최우선의 과제로 삼았다. '사고하는 영업사원'을 키워내자는 것이다.
일부 제약사들은 이런 움직임에 적극적이다.
리베이트를 근절하고 정보를 기반에 둔 영업을 지향하는 MR(의약정보담당자) 교육에 한창인 것.
한미약품은 지난 2008년부터 사내 MR인증제를 시행하며 초급, 중급, 고급과정으로 교육을 세분화, 제약 산업의 전반적인 이해, 마케팅 학술 관련, 의약 용어, 약사법, 보험 약가 등을 영업사원에게 인지시키고 있다.
MR인증제는 리베이트를 근절하고 정보를 기반에 둔 영업을 지향하는 것으로 기본 지식에서부터 심화 과정까지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뜻한다.
안국약품은 작년 8월부터 사내 교육 과정인 '안국 MR 스쿨'을 오픈, 전문적인 의약 정보 등 영업사원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회사측 관계자는 "안국 MR 스쿨은 직원들의 지식적 측면과 세일즈 스킬 향상을 교육하는 것"이라며 "MR 스쿨 외에도 한달에 한번씩 진행되는 WCC는 한 제품에 대한 학술 내용을 심도있게 교육, 제품에 대한 지식 및 디테일의 격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생명과학도 1년에 4번꼴로 MR테스트 제도를 시행하며, 직원들 자질 향상에 힘쓰고 있다.
MR 교육현황 (좌)한미약품, (우)안국약품
한올바이오파마는 이색적인 마케팅 방법으로 영업사원들에게 힘을 싣어주는 경우다.
이 회사는 지난 2007년도부터 학술마케팅이라는 이색적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최신 논문을 일주일에 두 편을 번역, 석달에 한 번 책으로 엮어 담당 병의원에 전해주는 방법이다.
이 회사 영업사원들이 학술마케팅을 진행하고 가장 뿌듯해하는 부분은 바로 의사와의 만남에서 명분이 생겼다는 점이다.
이 회사 영업사원은 "쌍벌제 이후 영업사원 출입금지령 등 냉랭해진 제약 영업현장에서 학술마케팅은 영업사원이 의사를 만날 때 명문을 만들어줘 보다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저를 기다리시는 교수님들이 생겨났다는 자체에 보람을 느낀다"며 "대가성으로 연결된 관계보다 인간적으로 먼저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흐뭇해했다.
업계는 이같은 노력이 의사-영업사원 간의 무너진 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국내 모 업계 임원은 "접대하는 영업사원이 아닌 의사에게 필요한 지식을 전달하는 능동적이고 사고적인 영업사원 육성이 절실하다"며 "고전적인 영업방식을 고수하는 회사는 하루 빨리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내 다른 업계 관계자도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현장에서 뛰는 영업사원들이 보다 능동적이고 사고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게 도와야한다"며 "이렇게 되면 현재 수직적 상하관계인 의사-영업사원 간의 관계도 수평적 협력 관계로 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영업사원들 스스로도 내 역할이 '접대하는 사람'으로 한정지을 게 아니라 내 일에 보다 자부심을 갖고 능동적인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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