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공급 문제를 둘러싸고 경희의료원과 제약업체 간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양측이 저가납품을 두고 내세우는 주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
발단은 병원과 도매업체가 벌인 입찰 과정에서 예상외로 큰 할인율로 저가납품이 결정되면서부터다.
이에 일부 제약사들은 "사전 가격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공급 거부 의사를 밝혔고, 경희의료원은 이럴 경우 대체약(사실상 코드 삭제)을 찾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
사립대병원으로는 첫 저가구매를 도입한 병원인 만큼 이해당사자들 간의 갈등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 경희의료원 "공급 거부되면 대체약 찾을 것"
현재 병원측이 밝히는 공급 거부 제약사는 10곳 미만.
병원 관계자는 21일 기자와 만나 "유통일원화(100병상 이상 제약사 직거래 금지)로 병원은 의약품 공급 계약을 도매업체와 맺는다. 가격 합의는 사전에 도매와 제약사가 알아서 할 부분이지 병원에 따져서는 안된다. 계약이 끝난 후 공급을 못한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저가구매 인센티브제 시행으로 병원은 싼 약을 공급할 수 있는 도매업체와 계약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며 "공급 거부 제약사 약은 대체약을 찾는 수 밖에 없다. 코드가 변경되거나 삭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10곳 미만의 제약사가 공급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부 제약사들이 도매업체에게 약 공급 중단의 압력을 넣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병원은 의약품이 공급되지 않을 경우 다른 도매상을 찾는 것이 당연한데, 일부 제약사들은 이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도매상에 압력을 넣어 경희의료원에 납품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약가인하 때문에 공급을 못하겠다는 불만은 병원이 아닌 새 제도를 도입한 정부에 따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제약사 "극단적 저가납품 선례 남길 수 없어"
반면 공급 거부 제약사측은 사전협의 시간이 충분히 없었던 만큼 극단적 저가납품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이번 사태가 선례로 남아 추후 있을 타 병원과의 입찰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수 없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국내 상위 모 제약사 관계자는 "경희의료원 입찰 과정에서 도매상과 제약사 측이 가격 사전협의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병원측도 인정하는 부분"이라고 운을 뗐다.
이 관계자는 이어 "더구나 다국적사는 기준가를 유지하고, 국내사는 전체 할인율을 맞추기 위해 50~70% 깍인 가격에 납품하게 됐다. 공급 거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중소 제약사 관계자도 "가뜩이나 병원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첫 사례에서 나쁜 선례를 남긴다면 앞으로 있을 삼성이나 아산 등 대형병원과의 계약에서 분명히 발목을 잡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 도매업체 "중간에 끼어서 샌드위치 되는 느낌"
병원과 제약사 사이에 껴있는 도매업체도 불만은 많다.
역마진 공급 등 병원과 제약이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비난의 화살은 저가투찰을 한 도매상에게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 공급 도매상 관계자는 "병원은 의약품 공급을 요구하고, 제약사는 약을 안준다고 하니 샌드위치가 된 느낌"이라며 "최악의 사태로 가지 않기 위해 일부 의약품은 역마진으로 공급하기로 했지만, 병원-제약사 간의 갈등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제약협회는 현재 보험약 시장에서 이뤄지는 요양기관(거래상 지위 남용), 제약회사(재판매가유지행위 및 거래차별), 도매업소(부당염매 및 구입가 미만 판매) 행위들은 자칫 위법적 행위로 귀결될 소지가 많다며 자제를 부탁했다.
제약협회는 "제약업체들이 극단적 저가공급과 출혈경쟁을 자제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계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보건의약단체 역시 회원 요양기관과 도매업소들이 단독품목과 경쟁품목에 대한 합리적인 저가거래폭 설정, 원내․외 복수의 처방코드 유지, 입찰과정에서의 추첨방식 개선 등 입찰기준과 방법을 보완·개선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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