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의대가 의대인정평가를 거부하면서 의료계로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교과부로부터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으로 지목돼 퇴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재학생, 졸업생들은 서남의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부실의대 딱지를 평생 달고 살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제2의 서남의대를 막기 위한 대책이 무엇인지 짚어본다.[편집자 주]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올해까지 제2주기 의대인정평가를 완료하지만 서남의대가 평가를 거부하면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그러나 서남의대의 인정평가 거부사태는 교과부로부터 학자금 대출제한 조치를 당할 정도로 부실한 서남대가 의대를 신설하는 순간부터 예견된 것일지도 모른다.
서남의대 관계자는 "나름대로 의대인정평가를 받기 위한 계획을 세워 준비하고 있고, 준비가 되면 받을 것이다. 다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당장 의대인정평가를 받아봐야 탈락할 게 자명하다는 것으로, 현재 교육여건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말이다.
의대(의전원), 의대 부속병원 설립과 관련된 제도적 장치를 보면 부실의대가 양산될 수밖에 없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르면 의학계열이 있는 대학은 부속시설 중 부속병원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부속병원의 요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굳이 부속병원을 짓지 않아도 된다. 교육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다른 병원에 위탁해 실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동의대, 가천의대 등은 의대부속병원을 세우지 않고, 의료법인 병원과 협력병원을 맺어 학생실습을 위탁하고 있는 상태다.
일단 의대를 설립하면 교육의 질이 높건 낮건 엄청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교수 신분이 보장되기 때문에 우수한 임상교원을 확보할 수 있고, 대학의 위상 역시 수직상승한다.
여기에다 정부로부터 엄청난 재정 지원도 보장받는다. 사학연금만 하더라도 교수들의 개인부담은 85/1000에 불과하고, 국가가 교수 개인부담금 합계액의 35/85를 부담해 준다.
건강보험료 역시 정부가 20/100을 부담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수의 값싼 전공의들을 확보할 수 있고, 일반대학원을 설립해 이들을 다시 대학원생으로 선발하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A대학병원 교수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전공의들이 일반대학원에 다니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의대가 의학대학원을 만들면 의대 부속병원 전공의들이 대학원생으로 입학하고, 이들은 연봉의 절반 이상을 등록금으로 내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대를 설립하기만 하면 이렇게 돈이 되는데 누가 인가를 받고 싶지 않겠느냐"고 환기시켰다.
국립목포대, 한국국제대, 인천대, 대진의료재단 등이 현재 의대 신설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부실의대에 대한 퇴출 기전도 전혀 없다.
지난 3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상진 의원은 국가가 인정한 평가기구로부터 인증을 받지 못한 의대(의학전문대학원) 졸업생에 대해서는 의사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제한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복지부가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나서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교육기관의 인증 여부와 소속 학생의 면허취득 자격요건을 연계할 경우 귀책사유가 없는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의학교육평가원 관계자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의대인정평가에서 인증을 받지 못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에게는 의사면허시험 응시자격을 제한하는 등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는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기 위한 게 아니라 부실 의대가 발 붙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면서 "서남의대와 같은 대학은 정부가 나서서 정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대 진입장벽이 허술한데다 부실의대를 구조조정할 수 있는 장치마저 없다보니 배째라식 운영으로 죄없는 재학생, 졸업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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