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문인과 의사들이 모인 학회가 창립됐다. 정식 명칭은 '문학의학학회'다. 학회장은 '의사 시인'으로 유명한 마종기 작가가 맡았다. 여기에 문학평론가인 유종호 연세대 석좌교수, 정과리 연세대 교수 등도 회원으로 참여했다.
일견 이질적으로 보이는 문학과 의학의 만남을 통해 학회가 던지고자 하는 메세지는 무엇일까. 문학의학학회 마종기 회장을 만나 향후 계획과 목표에 대해 물었다.
"의학은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환자와는 멀어졌습니다. 의학은 이제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 집중할 때입니다."
마종기 문학의학학회장
3일 종로의 카페에서 만난 문학의학학회 마종기 회장은 학회의 역할이 의학을 본연의 모습으로 돌려놓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의학은 날마다 발전하고 있지만 환자와는 점점 더 멀어지는 괴리가 발생했다는게 그가 진단한 현대 의학의 문제점이다.
의사들이 과학에 힘을 맹신한 나머지 인간을 대상화·개체화해 분석하는 사이, 웃음과 영혼을 지닌 실체로서의 인간은 사라지고 말았다는 설명이다.
"요즘은 문학의 중요성이나 왜 인문학을 배워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일이 드문 것 같습니다. 의학이 인간을 관찰하는 현미경이라면, 인문학은 사람을 다독여 주는 손과 같은 것입니다."
의학과 문학은 공통점이 없어보이지만 사실 인간을 주제로 인간의 심리와 정서를 탐구하고, 세상과의 건강한 소통, 치유를 모색해 본다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많은 셈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의대에는 '문학과 의학' 과목이 있습니다. 문학과 의학이 밀접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강좌가 있는 것이겠죠. 한국에도 이런 강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2002년부터 5년간 연세대학교에서 '문학과 의학' 강의를 했습니다."
학생들의 호응이 좋아 자연스레 학회 설립을 구상하게 됐지만 구체적인 결실을 맺게 된 것은 의료-문학계 인사들이 의기투합하면서 부터다. 학회에는 연세대학교 정과리 교수와 아주대 이병훈 교수가 또 의료계에서는 연대의대 손명세 교수 등이 발기인으로 나섰다.
마종기 회장은 "환자를 대상이 아닌 사람으로 보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인문학"이라며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의 영혼을 치유하는 기제도 인문학이 된다"고 강조했다.
학회의 목표 설정도 간단하지만 분명했다. 일단의 목표는 각 의대에 인문학 수업이 생기는 것, 그리고 의사가 주체가 된 '의사문학상'을 만드는 것이다. 또 6개월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학회지 '문학과 의학'도 낼 계획에 있다.
마종기 회장은 "환자-의사, 인간-의료의 건강한 소통과 화해를 모색해 보기 위한 자리가 바로 문학의학학회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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