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상승으로 물리치료만으론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면서 개원의들이 물리치료실을 폐쇄하거나 도수치료로 전환하고 있다. 물리치료사들 역시 인센티브가 있는 도수치료를 더 선호하는 모습이다.
6일일 의료계에 따르면 개원가에서 물리치료를 중단하는 병·의원이 늘어나고 있다. 물리치료 수가가 물리치료사 인건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다.
경쟁자가 없는 지역에선 박리다매 개념으로 물리치료를 유지하는 곳도 있지만, 도심에선 매달 수백만 원의 적자로 외래를 중단하는 곳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개원의는 "이달 물리치료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순수 물리치료 환자가 계속 줄어 이제 하루 2~3명 수준"이라며 "그동안은 환자에서 서비스한다는 생각으로 유지해 왔는데 물리치료사 두 명을 고용하다 보니 이제 한 달 적자가 400만 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다른 개원의는 "10년 간 물리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환자가 하루 평균 5~10명 정도다. 환자가 많아도 물리치료사 월급도 못 주는 수준"이라며 "의원에서 물리치료실은 계륵이다. 한가할 땐 물리치료사가 다른 일을 도와주기도 하는데 이럴 바엔 아예 간호조무사를 한 명 더 고용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는 몇 백 원에서 몇 천 원 수준에 불과한 기본 물리치료료 때문이다. 표층열치료나 콜드팩을 이용한 한냉치료의 경우 비용이 600원이며 비교적 비싼 단순운동치료도 3240원에 불과하다. 여기 이런저런 수가를 더해도 의료기관이 벌어들이는 비용은 만 원 수준에 머문다는 것.
반면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단순 물리치료로는 인건비를 보전하기도 어렵다는 불만이 나온다. 실제 최저임금은 지난 2018년 16.4%, 2019년 10.9% 인상된 이후 매년 2~5% 수준의 인상률을 유지하고 있다.
물리치료사 전체 평균 연봉은 3200만~3300만 원인데 365일 동안 매일 8~9명의 환자를 봐야 겨우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병·의원 임대료 등 기타 유지비용을 더하면 손해는 더욱 커진다.
이처럼 물리치료실 폐쇄 기조는 정형외과·신경과·재활의학과 등 진료과 구분 없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중소병원의 경우 환자 수요가 있어 외래는 중단하되 내원환자를 대상으로만 물리치료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관련 비용이 2000원에서 2만 원 수준으로 더 비싼 재활치료도 마찬가지였다.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도수치료다. 비급여인 덕분에 10만~19만 원 정도의 수가를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리치료사들 역시 일반적으로 도수치료 비용의 10~15%를, 많게는 30%까지 인센티브로 받을 수 있어 이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경력에 따라 50만~400만 원 수준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인데, 수가에 반전이 없다면 일반 병·의원에서 물리치료는 사장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신경과와 재활의학과를 함께 운영하는 중소병원 원장은 "우리 병원도 지난달부터 내원 환자를 대상으로만 재활치료를 하고 있는데 인건비가 너무 올라갔다"며 "예전에는 물리치료실을 운영하면서 외래 환자들에게 주사도 놔주고 약도 주고 했는데 이젠 그것도 안 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도수치료는 그나마 비급여기 때문에 물리치료사도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데, 물리치료는 몇 천 원 받자고 사람을 계속 두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 정형외과 원장은 "물리치료가 몇 분 만에 끝나는 것도 아니고 30~40분에서 길면 1시간 까지도 걸린다"며 "일반 물리치료는 1만 원도 채 안되는데 원장도 그렇고 물리치료사들도 인센티브가 있는 도수치료를 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리치료는 공간적 제약도 있고 장비도 필요한데 가성비가 안 나오니 다들 물리치료를 그만두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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