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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신약 '카나브' 약가협상 난항

이석준
발행날짜: 2011-02-21 06:46:40

"국산신약 찬밥취급" 업계 불만 팽배

국산 15호 신약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식약청 허가와 심평원 산하 급평위의 경제성 평가에서 이례적인 신속심사로 오랜만에 국산신약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은 최종 관문인 공단에 가서 어김없이 산산조각났다.

벌써 3차례 개발자와 돈을 주는 공단이 약가협상을 위해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힘없는 쪽은 제약사라는 점을 재차 확인한 자리에 불과했다.

정부가 그토록 장려하던 국산신약을 막상 개발했지만, 돌아온 것은 그저 '허탈함' 뿐이었다.

보령제약이 국산신약 역사상 최대 질환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만든 고혈압약 '카나브'의 약가협상 얘기다.

약가협상 번번이 실패…"3월 출시 불투명"

보령은 지난 1월 24일을 첫 시작으로 가장 최근인 지난 18일까지 총 3차례 약가협상을 가졌다. 하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

종합병원 리스팅, 복제약 출시 등의 이유로 높은 약값보다는 빠른 약가협상에 초점을 두고 3월 출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보령이지만, 보험재정 안정을 노린 공단 측의 저가 협상 전략을 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보험재정은 지난 1월에만 3000억 원의 손실을 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이쯤 되니, 업계의 반응은 차갑다 못해 냉소적이다. '그럼 그렇지'라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

국내 제약사 한 고위 임원은 "그동안 국산신약 신속심사 등 요란을 떨었지만, 결국 약가협상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지부진하다"며 "정부가 개발하라던 신약을 막상 만들면 홀대를 받으니 누가 선뜻 개발에 나서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국내제약사 관계자도 "솔직히 국산 신약은 특혜를 줘도 괜찮다. 형평성 운운할 필요가 없다"며 "모든 국가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키워주려고 애쓰는데 한국 제약 산업만큼은 정반대다. 다국적사 눈치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자, 보령측은 다급한 모습이 역력하다.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당초 기대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더구나 3월 출시 목표가 무산된다면, 종합병원 리스팅의 불리함, 4월을 기점으로 대거 출시될 고혈압 복제약과의 사투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늘어지는 약가협상은 보령 측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실제 많은 종합병원은 1년 치 쓸 약을 3월에 리스팅 작업을 하며, 4월부터는 아타칸 등 대형 고혈압약 3품목(작년 합계 처방액 2000억원 이상)의 물질특허 만료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수백 개의 복제약이 쏟아질 예정이다.

보령제약 고위 임원은 "당초 예상보다 길게 가고 있다"며 "나머지 협상에서 결과를 이끌어내겠다"며 초조함을 드러냈다.

약값 결정 어떻게 되나?

통상 제약사가 개발한 약물은 식약청의 품목허가(승인)를 받은 후 급여 적정성(경제성) 평가를 위해 심평원 약제 급여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친다. 여기서 나온 결과를 복지부가 적정하다고 판단하면 건보공단은 약가협상에 나서게 된다.

건보공단은 협상 시작 60일 이내에 끝을 맺어야 한다. 결렬 시 공은 복지부 장관의 판단으로 넘어가는데, 장관이 이 약물을 필수약제로 판단하면 복지부 약제 급여조정위원회에서 직권으로 약값을 결정한다.

만약 비필수 약제로 판단되면, 제약사는 처음부터 이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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