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취재] KIMES 2011을 가다
1980년 첫 개최를 시작으로 국제 의료기기전시회(KIMES)가 올해 27회째를 맞았다.
우수 의료기기와 병원 설비를 소개해 의학술 발전과 설비 현대화에 기여한다는 모토를 바탕으로 진행돼 온 행사인 만큼 의료기기 산업 발전과 수출 확대에 기여한 바도 크다는 평이다.
하지만 전시 규모와 인지도가 커지면서 그에 따른 문제점도 서서히 부각되고 있다.
특히 병의원 등 의료계 관계자들이 외면하고 있는데다가 상업적인 색채의 행사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신제품 발표 세미나 한개…재탕 전시회
KIMES가 신제품 발표 세미나로 계획한 것은 HI-FU 장비 'Doublo'가 전부다.
몇몇 제품을 제외하곤 전시회장을 메우고 있는 의료기기 대다수는 이미 출시된 모델이거나 성능을 조금 리뉴얼한 수준에 머무른다는 소리다.
신제품 발표회장을 비롯해 일부 세미나에서는 참가 인원 부족으로 썰렁한 장면이 연출됐다.
19일 있었던 신제품 발표회장을 찾은 사람은 고작 20명 정도에 불과했다. 게다가 신제품 소개에 배정된 시간도 20분 정도에 그쳐 수박 겉핥기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GE헬스케어도 볼루손 S시리즈나 브이스캔과 같은 신제품의 국내 런칭 쇼를 KIMES에서 하지 않았다.
브이스캔은 이미 한달 전에, 그리고 볼루손 S는 KIMES를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 공개됐다.
세계 최대 규모 의료기기 전시회인 독일 MEDICA나 아랍 헬스와 같은 국제 의료기기 전시회와는 상반된 풍경이다.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이 MEDICA 등을 기다려 신제품들을 공개하는 것과 달리 KIMES는 재탕에 불과한 의료기기 전시장이 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의 국제 의료기기 전시회에서는 의료기기 신제품 발표장에 의사들이 대거 몰리는 것과 달리 썰렁한 풍경이 연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체들의 국내 런칭 쇼, KIMES는 2순위
KIMES에 맞춰 기업들이 신제품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굳이 KIMES에서 런칭해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3년 전부터 KIMES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내후년을 끝으로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내비췄다.
그에 따르면 업체 부스를 찾는 사람 중 일반 관람객이 70~80%에 달한다는 것. 의료인이나 업체 종사자들이 중심이 돼야할 전시회에 일반인의 비중이 크게 늘며 비용 대비 효과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해외 바이어나 국내 병의원 관계자를 만나 상품 소개와 계약을 하고 싶어도 일반 관람객만 넘쳐날 뿐 '진짜 고객'은 없다는 얘기다.
실제 2010년 KIMES 결과 보고 자료를 살펴보면, 전시회 참관객 직업은 의료기기제조(11.6%), 의료기기 무역/판매업(17.4%), 일반인(10.9%), 학생(9.2%), 기타(12.6%)가 전체 참관객의 62%에 달한다.
의료기기의 운용·구매 주체인 의사는 11.5%, 치과의사는 0.5% 그리고 병원관리자는 5.7%에 불과했다.
또 5만 7천명의 전체 참관객 중 해외 바이어는 1천 8백명에 그쳤다. 타 업체 관계자와 학생과 일반인이 넘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신제품을 런칭한다고 해도 굳이 KIMES에서 할 이유는 없다"면서 "호텔 등에서 진짜 유저들만 모아놓고 런칭쇼를 하는게 더 효과적이고 유저들도 대접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KIMES를 찾는 인원의 대부분은 일반인 관람객이다. 전시회 참여 업체들이 해외 바이어나 국내 병의원 관계자를 만나 상품 소개, 계약 등을 하고 싶어도 '진짜 고객'이 없다고 볼멘 소리를 하는 이유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관람객 질문의 상당수는 '이건 무슨 기계고 어디에 쓰이냐'하는 게 대부분이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전시회 통한 수출 계약? "비용 대비 효과 부족"
부스 임대 비용은 얼마나 될까.
1부스(3x3 미터) 임대 가격은 250만원. 부대 시설 설치와 인테리어, 홍보 책자 인쇄 비용은 제외한 순수 부스 임대 가격이다.
큰 규모의 업체는 30부스 이상을 임대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최소 4부스 이상 설치해야 홍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인테리어와 홍보물 인쇄 등 부대 시설 설치 비용까지 수천만원을 들였는데도 전시회를 통한 수출 계약이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 들린다.
KIMES는 지난 해 전시회를 통해 내수 1조 1천억원과 수출 4억불의 무역 상담액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상당한 실적을 기록한 것 같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A 업체 관계자는 "4일간의 전시회 참여 비용으로 3천만원을 썼지만 수출 계약 실적은 거의 없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는 "전시회가 끝나면 수출 실적에 대한 설문을 받지만 그냥 대충 적어서 낸다"면서 "KIMES의 공식 발표와 실제 업체들의 실적과는 차이가 있다"고 꼬집었다.
일반인 관람객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계약 성사는 드물다는 것. 주관사의 공식 발표 자료와 실제 수출 실적과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업체 홍보 차원에서 KIMES에 참여할 뿐 더 이상의 의의는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사업을 접는 의료기기 업체가 많아 망했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참여할 뿐 수출 계약을 노리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제 의료기기 전시회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참여 업체를 선별, 일반 가정용 의료기기 업체의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다른 업체는 "라이벌 회사가 참여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전시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성으로 국제 경쟁력 키워야 할 때"
해외 국제 의료기기 전시회를 참여한 경험이 있는 업체 관계자는 대부분 KIMES가 "국제 전시회로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그들이 지적한 문제는 첫째 참여 업체가 '중구난방'이라는 것이다.
멸균기를 판매하는 업체는 "우리 부스 옆으로 무릎담요부터 옷걸이, 안마기 업체까지 중구난방이다"면서 "전시회가 어떤 목적이나 특성 없이 부스 규모만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메디카 등 유명 해외 전시회를 참여해 보면, 한 섹션에 멸균·세척기 업체만 모아 놓는 등 구분 정렬이 잘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구분 없이 일반인과 의료계 관계자가 뒤엉켜 관람하는 구조로는 정작 상품 소개를 받아야 할 대상에 소홀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업체 성격을 세밀히 분류해 관람객이 한 자리에서 업체별 비교·평가가 가능하도록 전시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업체를 선별해 부스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국제 의료기기 전시회라는 행사 취지를 살리려면 가정용 의료기기 등 일반 소비자 제품의 비중을 줄여 전문 의료기기 업체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키워 줘야한다는 지적이다.
의료용 SW 제작 업체 관계자는 "참여 업체가 늘면 부스 임대 비용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된다"면서 "업체를 선별하는 과정을 거쳐 전문 의료기기 기업에 부스 공간을 더 할당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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