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수술이 훨씬 안전하고 부작용도 없다. 내가 들은 말은 그것이 전부였다. 상술에 속은 느낌이다."
탤런트 고 박주아 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로봇수술로 피해를 봤다는 환자들의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유명 대학병원은 물론 지방병원까지, 병원의 권유로 로봇수술을 택했지만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경험담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
하지만 병원은 환자의 선택에 따른 최선의 노력을 했다며 결코 로봇수술로 인한 피해는 아니라는 입장을 보여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11일 로봇수술의 피해자라며 <메디칼타임즈>에 제보해온 A씨.
로봇수술의 한 장면. 기사와는 무관함.
그는 지난 2006년 말경을 생각하면 지금도 분통이 터진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의 아버지가 유명 B병원에서 로봇수술을 받던 도중 직장 천공이 일어나는 사고를 겪었기 때문이다.
A씨는 "당시 로봇수술은 국내에 들어온 지 얼마되지도 않은 시기였다"며 "부작용이 없고 안정된 수술이라고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장점을 설명해 그에 따르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3~4시간이면 된다던 전립선 암 수술이 점점 길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행여 무슨 일이 생겼는지 조바심이 든 그는 수술실 간호사를 몇 차례 채근해 수술 경과를 물었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담당 의사는 수술 도중 나와 "로봇수술 중 대장을 약 0.5cm 정도 잘못 절개해 외과의사를 불러 봉합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수술은 당초 예상보다 두 배 이상 길어진 8시간이 걸렸다.
담당 의사는 "수술이 매끄럽지 못했다. 미안한 마음에 수술비 등을 조금 깎아 청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로봇수술 수술비 등 911만 6920원을 병원에 납부했다.
로봇수술의 한 장면. 기사와는 무관함.
문제는 회복 과정에서 또 발생했다.
A씨의 아버지는 요도 및 복부 부위에서 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변이 요도로 배출되는 등의 부작용을 보였다.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담당 의사에게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느냐"며 따져물었고 담당 의사는 며칠 후 봉합한 대장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재수술을 권했다.
A씨는 "담당의사가 로봇수술시 봉합한 대장에 구멍이 생겨 그곳에 변이 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차 수술을 권했다. 결국 로봇수술 후 2주도 안돼 재수술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대장 봉합 수술을 했고, 담당 의사는 수술이 잘 됐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A씨의 아버지는 요도에서 변과 고추가루가 나오는 등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의료진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이에 대해 의료진은 A씨 아버지의 상태를 직장경으로 관찰했고, 그 결과 지난번 봉합한 곳이 약 0.2mm 파열된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수술을 권했다.
A씨는 "담당의사가 지난 번 봉합한 곳이 터진 것 같다며 미안하다고 전해왔다. 어떻게 최첨단 시설을 갖춘 병원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분통이 터져 잠도 못잤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후 A씨의 아버지는 대장 봉합 재수술을 받았다.
더 황당하게도 B병원은 수술후 몇 일이 지나자 퇴원을 요구했다. 환자가 밀려있고, 담당의사도 곤란하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로봇수술 후 멀쩡한 사람이 요도로 변이 나오고 항문으로 오줌이 나오게 됐는데 무책임한 병원 태도를 보고 반감이 극에 달했다. 최종적으로 보상금을 받았지만 몸과 마음은 이미 피폐해졌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그는 "부작용이 없고 안전한 수술이라고 강조해 선택했는데 1년 반이나 입원시키는 것은 명백한 의료과실 아니냐"며 "더구나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에 너무나 화가 났다"고 덧붙였다.
A씨가 제시한 B병원과의 합의서(좌) 및 로봇수술 담당의사의 친필 확인서(우)
하지만 병원측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로봇수술은 환자의 선택이었고 이에 대한 부작용도 충분히 설명했다는 것이다.
B병원 관계자는 "로봇수술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던 것은 맞지만,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며 사후 관리도 확실히 했다"며 "의료사고가 아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로봇수술의 장점만 부각시켰다고 하지만 기존 수술법과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했다"면서 "급여인지 비급여인지도 몰랐다는 보호자의 주장은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로봇수술 중 장 천공이 발생했고 결국 환자가 사망한 것이다. 당시 이 병원은 로봇수술 기기를 도입한지 이틀 밖에 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병원도 B병원과 같은 입장을 보였다.
환자가 로봇수술을 선택했고, 수술 부작용은 진료 과정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봇수술 때문에 사망 사건이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병원 관계자는 "모든 수술이 완벽할 수는 없다. 다만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로봇수술에서 일어났을 뿐 이를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못 박았다.
이처럼 로봇수술 피해 사례가 쏟아지고 있지만, 환자-병원 간의 입장은 판이하다.
고 박주아씨 사건으로 로봇수술의 안정성과 병원의 윤리성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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