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병원협회 병원신임위원회가 2012년도 전공의 수련병원 지정 및 각 병원별 정원을 정하고, 복지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복지부는 전공의들이 인기과로 쏠리고, 비인기과의 경우 장기간 정원을 확보하지 못하는 양극화 현상이 빚어지자 정원을 3% 가량 감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인턴과 레지던트 정원은 매년 증가추세를 보여왔다. 인턴 정원을 보면 2002년 3514명에서 2010년 3853명으로 크게 늘었다. 레지던트 정원 역시 같은 기간 3430명에서 4063명으로 급증 추세다.
이로 인해 신규 의사면허취득자보다 전공의 정원이 훨씬 많은 기현상이 빚어지고, 이는 비인기과 외면 현상을 부추겼다.
정부가 올해 전공의 정원을 감축하더라도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지난해 인턴 3877명 전원이 올해 레지던트 1년차에 전원 지원하더라도 정원이 3961명에 달해 미달이 불가피하다.
전공의들이 양질의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수련병원을 엄선해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이런 문제를 초래한 것이다. 전공의 수련이 한국 의료를 책임질 양질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값싼 의료인력을 공급하는 수단으로 변질된 탓이다.
내년도 전공의 정원 조정에서도 이런 구태가 일부 재연됐다. 최근 병원신임위원회는 내년도 신경외과 레지던트 1년차 정원을 올해 114명보다 많은 118명으로 4명 늘렸다. 그러자 신경외과학회가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수련환경이 열악한 일부 대학병원의 정원을 회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학회 의견을 무시한 채 정원을 배정했다는 것이다. 또 복지부는 학회가 정원 동결을 요청했지만 일방적으로 증원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는 신경외과학회에서만 빚어진 게 아니다. 학회가 불량한 일부 수련병원 레지던트 정원을 회수하라고 요구해도 먹혀들지 않는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왔다. 전공의들이 양질의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수련병원 지정기준을 강화하고, 정원을 대폭 감축하지 않는 한 이들은 값싼 노동자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양질의 수련환경이 구축되지 않으면 결국 국민과 환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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