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의사의 진료 권유를 거절하다 나쁜 결과를 초래했다면 해당 의료진은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대법원이 선고했다.
대법원은 10여년간 간호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원고 A씨가 한양대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1999년 결혼한 후 네번이나 유산을 반복하다가 2004년 체외수정 및 배아이식으로 세쌍둥이를 임신했는데, 임신 9주 무렵 절박유산으로 약 5일간 입원치료를 받은 이래 한양대병원에서 진료를 받아 왔다.
A씨는 임신 29주 무렵 한양대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호흡 곤란, 빠른 호흡, 기침 및 콧물 증상 등을 호소했다.
그러자 의료진은 흉부 방사선촬영을 처방했지만 원고는 임신부라는 이유로 거부했고, 산부인과의사가 태아심음 모니터링과 진통억제를 위해 분만실 입원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입원장을 발부했지만 이 역시 거부했다.
A씨는 산소포화도가 48%까지 하락하자 비로소 흉부 방사선촬영에 동의했고, 검사 결과 울혈성 심부전 및 폐부종이 의심되는 증세를 보였다.
그러자 한양대병원은 원고에게 이뇨제인 라식스를 주사하고, 기관 내 삽관을 한 후 인공호흡기를 연결했지만 호흡부전으로 인한 심정지가 발생해 심폐소생술을 받아 심박동이 회복됐다.
원고는 이후 응급 제왕절개술을 받아 출산했지만, 신생아 중 한명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또다른 신생아 역시 가사 상태였으며,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으로 2년여 후 사망하자 A씨는 한양대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경력 10년의 간호사인 원고로서는 검사를 하지 못해 호흡곤란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산모 및 태아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환자가 의료진이 권유하는 진료 필요성과 진료거절의 위험성을 인식하면서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진료를 거절한 경우 의료진으로서는 환자의 선택권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재판부는 "그 환자가 임신부여서 진료거절로 태아에게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해도 이는 마찬가지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병원 의료진에게 설명의무 위반, 진료상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대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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