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최근 응급피임약(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의약품 재분류안을 발표하자 산부인과 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산부인과학회 신정호 사무총장(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을 만나 산부인과에서 우려하는 바에 대해 들어봤다.
신 사무총장은 먼저 응급피임약을 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낮추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정상적인 피임이나 사전피임약 복용이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 응급피임약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결국 오남용을 초래해 심각한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는 15일 예정된 공청회에서 산부인과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물론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반대를 위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또 복지부 등 정부기관에 대국민 홍보 및 교육 강화를 주문했다.
다음은 신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Q: 응급피임약의 오남용에 대해 우려하는 바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런데 응급피임약이 낙태와 긴밀한 관계가 있나?
A: 응급피임약의 가장 큰 부작용은 출혈이다. 응급피임약 복용 후 출혈이 있으면 여성들은 이를 월경이라고 판단하고 임신이 안된 것이라고 확신한 채 시간을 보내게 된다.
시간이 흐른 후에야 자신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사실을 알고는 불법 낙태를 감행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응급피임약은 불법 낙태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할 수 있다.
Q: 그럴 수 있겠다. 그런데 해외에선 이미 응급피임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 않나.
A: 맞다. 그러나 해외에선 피임문화가 성숙해 있다. 그들 국가는 사전피임약 복용률이 20~40%에 달하지만 한국은 2.5%에 불과하다. 그만큼 피임에 대한 교육이나 인식이 자리잡지 않았다. 그런데 이를 도입하면 되겠나.
게다가 피임문화가 성숙한 국가에서도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도 낙태율이 감소하지 않았다는 연구보고가 있음에도 왜 이를 추진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해외에서 실패한 정책을 왜 뒤늦게 도입하려고 하나.
Q: 의료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답답할 수 있겠다. 그럼 사전피임약이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한국 여성들은 이상하게 사전피임약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오래 복용하면 불임이 된다는 등의 근거없는 설이 난무하고 있다. 실제로 치료 목적으로 처방할 때에도 환자의 반대에 부딪칠 정도다.
하지만 사전피임약은 50년 넘게 안전성이 입증된 의약품이다. 다만 복용하면 메스꺼움, 출혈 등 체질에 따라 부작용을 보여 이를 의사가 확인해 처방하는 게 필요한 것이다.
Q: 하지만, 사전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한다고 여성들이 산부인과에 가서 처방받아 복용하는 비율이 높아질까. 오히려 접근성을 높여 복용률을 낮출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A: 그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피임약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이 필요하고 이와 더불어 대대적인 홍보를 선행해야 한다. 또 구조적으로 피임 진료에 대해 급여를 적용해줌으로써 국민들이 마음 편히 산부인과를 찾도록 해야 한다.
사실 미혼이라도 남자친구가 있거나 임신 가능성이 있다면 산부인과 병원에 들러서 꾸준히 자신의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하지만 미혼여성들은 산부인과에 출입하는 것조차 꺼린다. 사실 그게 가장 문제다. 이런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Q: 약사회에선 이와 반대로 사전피임약의 전문의약품 전환에 반대하고 있다. 또 일각에선 응급피임약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되면 처방료가 감소해 수익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우려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글쎄, 처방전이 감소하는 것 때문이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이는 오남용으로 인해 낙태가 증가하고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항이다. 이를 두고 처방료 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다.
또 사전피임약에 대한 부작용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의사와의 충분한 상담 후에 처방이 필요한 부분이다.
Q: 이를 계기로 산부인과가 모처럼 학회, 의사회, 진오비가 하나로 뭉친 듯하다. 앞으로 산부인과 차원에서 대응 계획이 있나.
A: 그렇다. 중요한 사안인 만큼 힘을 모아야 한다. 일단 오는 15일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과 관련해 공청회가 열린다. 이날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할 계획이다. 또 지난 7일 진오비 최안나 원장이 복지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것에 이어 릴레이로 산부인과학회와 의사회가 참여할 예정이다.
학회 차원에서는 물리적인 대응보다는 의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국민들에게 알리는 게 우선이다. 이를 위해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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