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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가 무당이냐? 진단기기 쓰겠다"

발행날짜: 2012-07-23 06:14:18

한의사협회 김정곤 회장 "의협, 맏형답게 행동하라"

대한한의사협회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의사협회를 표적으로 삼아 현대의료기기의 사용 권리와 독점적인 천연물신약의 처방권을 주장하고 나선 것.

한의협은 한달간 무려 7번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의사협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성명서에서는 의협을 두고 '경거망동'이나 '교만' '오만방자'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과거의 조용한 움직임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한의사의 만성질환관리제 참여 여부를 두고 의협과 충돌을 빚더니 최근에는 한의원의 영문 표기를 두고 충돌하는 등 사사건건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연 한의사들이 의료계를 상대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의사협회 김정곤 회장을 만나 이유를 물었다.

▲최근 성명서 발표 시점이 의료계의 포괄수가제 대정부 투쟁과 맞물려 있다. 의-정 갈등을 통해 진료 영역을 확대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성명서를 발표한 것과 의료계의 포괄수가제 대정부 투쟁 시점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이는 의협이 촉발시킨 문제이다. 초음파 사용 한의원을 대대적으로 고발한 것이 1차적인 원인이 됐다.

전국의사총연합이 주도적으로 한의원 고발을 했지만 의협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협은 한의사를 국민의 보건을 책임지는 동반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없어져야할 구시대의 유물쯤으로 치부하고 있다.

앞서 한의협이 만성질환관리제에 참여 의사를 밝히자 의협은 이에 반대했다. 이는 동반자로 보기 힘든 행동들이다.

▲헌법재판소도 '초음파는 한의사의 사용이 불가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헌재 판결 이전에 한의약육성법이 통과됐지만 헌재는 한의약육성법을 법리적 판단 기준으로 삼지 않은 것 같다. 한의약육성법이 통과된 지금에선 헌재의 판결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어부도 초음파 기기를 사용해 어군을 탐지하고 수의사도 초음파 기기를 사용한다. 21세기에 한의사만 초음파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의료법에 한의사는 초음파를 쓰면 안된다는 조항이 있는가.

의사 흉내내기가 아니라 한의학적으로 활용할 만한 기기는 써야한다는 것이다.

의협은 과거 한의사에게 초음파 기기를 판매한 GE에 압력을 넣었다. 기기 판매를 중단하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도 했다. 세상에 이런 폭력이 어디에 있나. 우리가 의협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의약육성법 통과 이전에는 '개정안이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은 한의약육성법을 근거로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하고 있다. 말바꾸기 아닌가.

오해일 뿐이다. 과거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말은 치료기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즉 의사들이 우려하는 서양과학을 이용한 치료기기는 쓰지 않고 혈압기처럼 한의사도 활용이 가능한 진단기기를 사용하겠다는 뜻이다.

의사들은 허준 시대 이후 모든 기기를 자신들 소유라고 생각한다. 현대문명은 공유해야 한다. 과학의 산물을 독점적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다만 한의협이 분명히 주장하는 것은 현대의료기기를 '치료'가 아닌 '진단' 영역에서만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초음파기기로 치료하라고 해도 안한다. 진단기기는 눈으로 보고 판단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안경점에서도 기기를 통해 시력검사를 한다. 공항에서도 X-ray 검색대를 사용하는데 한의사들만 못쓰게 하는 것이 말이 되나.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칼(수술)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말이 있지만 시대에 맞게 변했다. 한의사들은 언제까지 제자리에 서 있어야 하나.

▲ 최근 공단 김종대 이사장과 회견을 가진 것처럼 의협 집행부와 만나 관계 개선을 모색할 생각은 없나.

의료계가 먼저 적개심을 풀어야 할 것이다. 이전 집행부인 경만호 회장 때에는 대외적으로는 대립각을 세워도 서로 대화도 자주하고 그랬지만 노환규 집행부 들어서는 아예 대화가 끊겼다.

의료보건단체장협의회를 통해 매달 한번씩 병협, 치협, 약사회 등 각 단체장을 만나왔지만 노 회장은 이 자리에 오지 않는다. 단체장 간담회에서 서로 협조할 사항이나 이해가 필요한 점을 말했지만 이젠 대화 창구가 닫힌 것이다.

지난해부터 한의사-의사와의 관계가 심각하게 바뀌고 있다. 의사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한의사를 '한방사'나 '무당'으로 비하하는 발언을 내뱉는다. 천연물 신약 처방권으로 갈등을 빚은 것도 의료계의 책임이다.

의협이 천연물 신약을 한의사가 쓸 수 있냐는 식으로 복지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대화를 요청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의료계 맏형에 걸맞는 행동을 먼저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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