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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분만 참관 판결 접한 교수들 "그럼 그렇지"

발행날짜: 2012-09-07 07:10:17

재판부, 대학병원 아닌 '일반병원' 환자 동의 잣대 적용

의대생들이 산모의 동의 없이 출산과정을 참관하도록 한 병원에 대해 법원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자 대학병원들이 강한 불만을 표시했지만 6일 판결문을 보고서야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전주지법 제5민사부는 최근 의대생들이 분만과정을 참관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병원 측이 산모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병원 측이 산모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의대생을 분만 과정에 참관하도록 한 것을 문제라고 봤다. 참관 과정에서 산모의 수치심을 자극해 정신적 침해가 발생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산모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얘기다.

여기까지만 보면 앞으로 의대생의 진료 참관 교육이 제한을 받게 돼 의대생 임상실습교육에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실제로 판결 결과를 먼저 접한 A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이번 판결은 우수한 의사를 양성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이는 의대 학생들의 교육의 질을 저하하는 것은 물론 후세에 의료의 질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수련병원 교수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환자 동의서 작성이 법제화 된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면서 "이는 수련병원을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번 소송은 대학병원이 아닌 일반병원의 경우에 한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학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기관이자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의 임상실습 및 참관이 교육과정의 일부로 정해져 있으며 환자 입장에서도 이를 당연히 예상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대학병원의 경우에는 참관에 대한 산모의 명시적인 동의가 없더라도 묵시적인 동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산모의 반대의사가 명시적으로 표명되지 않는 한 학생들의 참관이 허용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학병원이 아닌 일반병원의 경우에는 산모의 명시적인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해 학생들의 참관이 허용된다고 해석을 달리했다.

이는 대학병원과 일반병원을 명확히 구분한 것으로, 재판부 역시 의대 부속병원은 예비 의사 교육기관이라는 점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뒤늦게 판결문 내용을 확인한 수련병원 교수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모 대학병원 교수는 "법원이 의대 부속병원의 설립 취지를 거스르는 판결을 내렸다고 생각했는데 다행이다. 또 수련병원과 일반병원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어 안심이 된다"면서 "어처구니없는 판결로 파장이 클 뻔했는데 사실과 달라 한숨 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원의 판결 내용은 다행이지만 사실 의대 부속병원이더라도 현장에선 환자들 대부분이 '수련병원=예비의사 교육기관'이라는 인식이 없어 어려움이 많다"면서도 "이를 계기로 환자들도 수련병원의 설립 취지를 인지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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