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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청형 많다고 더 좋은 백신은 아니다"

이석준
발행날짜: 2012-10-08 06:25:27

탐페레의대 티모 베시카리 교수 "비용효과성 등 따져야"

한국에서 필수예방접종은 아니지만 아이를 둔 부모들은 꼭 맞춰야하는 주사로 인식하는 백신이 있다. 바로 폐렴구균백신이다.

그래서인지 시중에 나온 폐렴구균백신은 혈청형 갯수(10가와 13가)에 따라 2종에 불과하지만, 시장은 연간 900억원대로 크다.

국내에서는 더 많은 혈청형 커버리지를 갖고 있는 13가 백신이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 기자와 만난 핀란드 탐페레 의과대학 백신연구센터 티모 베시카리 교수는 "단순히 혈청형이 많다고 더 우세한 백신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각 혈청형에 대한 효과성, 비용경제성 등 따져봐야할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그를 통해 폐렴구균백신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방한 이유는

핀란드는 국가예방접종사업에 '신플로릭스(10가 백신)'를 도입한 후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이 크게 감소한 점을 확인했다. 과거 '신플로릭스' 임상시험에 직접 참여했던 경험도 있어 이 백신에 대한 정보를 한국 의사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신플로릭스'와 'PCV13'은 모두 승인 허가 시 효과성(Efficacy) 데이터가 아닌 PCV7 대비 면역원성(Immunogenicity) 데이터를 통해 허가받았다.

'신플로릭스'는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Efficacy를 입증할 임상들이 진행되고 있다. 결과는 조만간 나올 것이다.

'신플로릭스'와 'PCV13'이 승인 허가 당시 Efficacy가 아닌 면역원성 데이터를 통해 허가받은 이유는 무엇인가

'PCV7'는 오랜 기간에 걸쳐 캘리포니아에서 3만8000여 명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여기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 Efficacy 기반 승인을 받았다.

이처럼 실제 Efficacy 데이터 확보 연구는 많은 비용이 소모되는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

그래서 'PCV7' 이후 개발된 후속백신 '신플로릭스'와 'PCV13'은 WHO 등 규제기관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따라 'PCV7'과 유사한 수준의 면역원성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허가됐던 것이다.

'PCV7'과 비교해 후속 백신의 장점은

'신플로릭스' 및 'PCV13'은 면역원성 및 안전성 연구를 진행했고, 기존 폐렴구균 백신인 'PCV7'과 안전성 측면에서 유사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처음 미국에서 진행된 'PCV7'의 Efficacy 연구에서 주로 발병하는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의 90%에 대해 효과가 확인됐다.

그러나 이후 일부 국가에서 혈청형 대치 현상(serotype replacement: 백신을 이용해 질환을 예방하면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혈청형들로 인한 질환이 발생하는 것)이 나타나 'PCV7'에 포함되지 않았던 혈청형들에 기인한 질환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19A 혈청형이, 다른 국가는 5, 7F 혈청형이 문제됐다. 이에 따라 'PCV7'의 전체 침습성 질환에 대한 효과가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신플로릭스'는 기존 PCV7에 포함되지 않았던 1,5,7F 혈청형을 보함했다. 1번 혈청형은 전세계적으로 중증 하기도 질환 유발하고, 5, 7F 혈청형은 주요 대체 혈청형으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19A가 증가한다고 했다. 세계적 추세인가

한국에서는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자체가 미국과 비교해 많지 않고, 19A에 의한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이 상당히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핀란드 또한 한국과 비슷하게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부담이 크지 않고, 19A에 의한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의 실제 케이스도 적은 나라 중의 하나이다.

실제 2010년 9월 핀란드 국가예방접종사업에 '신플로릭스'가 도입된 후 19A에 의한 폐렴구균 질환이 발견되지 않았다.

참고로 지난해 기준 '신플로릭스' 도입 전과 비교해 핀란드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발생은 약 83% 정도 감소했다.

이는 예방접종을 한 아이들은 물론 접종하지 않은 아이들까지 포함해 비교한 수치다. 상당히 인상적인 결과이다.

왜 핀란드는 신플로릭스를 택했나

핀란드에서는 비용 대비 효과성을 고려했다.

핀란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비해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이 흔하지 않다. 'PCV7' 도입 전 미국은 핀란드에 비해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이 약 5배 더 많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핀란드 정부는 폐렴구균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사업에 도입하는데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은 물론 비용대비 효과성 등 여러 요소를 고려했다.

또 한가지 핀란드 정부가 백신 선택에 있어 중요 요소로 꼽았던 것은 급성 중이염 예방 효과였다.

핀란드에서 급성 중이염 예방효과에 대한 자체 연구 조사 결과 새로 나온 두 가지 백신 중 '신플로릭스'는 폐렴구균 급성 중이염 예방에 더욱 강점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됐다.

참고로 급성 중이염은 3세 미만 소아에서 75% 이상 걸리고 그 중 50% 이상은 한번 이상 재발할 수 있다. 또한 소아에서 항생제 처방의 가장 흔한 원인이 된다.

'신플로릭스'의 급성 중이염 예방 효과가 증명됐는가

체코 등에서 신플로릭스의 원형백신(11가 백신) 연구를 진행한 결과 모든 원인에 의한 급성 중이염을 약 34% 예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핀란드에서 '신플로릭스' 도입 후 중이염 예방 효과 부분을 관찰하고 있다.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면 좋은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혈청형을 많이 포함할수록 더 좋은 백신인가

단순히 혈청형 개수 비교로 어떤 백신이 더 우세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백신에 포함된 혈청형에 의해 질환이 발생하는 현상(breakthrough 케이스)도 있다.

따라서 백신을 선택할 때는 질병부담과 관련된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다른 예를 들면 3번 혈청형은 23가 다당질 백신 및 13가 단백결합백신에 포함되어 있다.

백신에 포함된 다른 혈청형의 경우 임상시험에서 효능이 높은 것으로 입증됐지만, 전반적으로 3번 혈청형은 효능이 거의 없다고 본다.

또한 19A의 질병 부담은 크지 않으며, 19A가 증가하고 있다는 추세를 일반화할 수 있는 데이터는 한국 내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서 PCV7이 오랫동안 사용됐으나, 비인두 집락율을 기준으로 볼 때 19A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고 안정화 추세를 보이는 것 같다.

따라서 백신 선택은 개별 질환보다 소아 질병 부담의 전반적인 측면을 고려해야한다.

한국은 PCV13 처방이 압도적이다.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마케팅이나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오랜 기간 유일한 상품으로 시장을 독점해오던 품목이 업그레이드 돼 출시되면 다음 제품으로 옮겨타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다.

또 의사가 환자에게 각 백신의 장단점을 설명하고 접종하는 것은 쉽지 않다.매우 전문적인 내용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충 이런 식으로 질문한다. 하나는 10가고 하나는 13가 백신이다. 어떤 걸 원하느냐 이런 식이다.

하지만 국가예방접종은 다르다. 핀란드는 예방접종사업 품목을 결정하기 전, 여러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제품의 장단점을 오랜 기간에 걸쳐 검토했고 결국 '신플로릭스'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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