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시절에는 산부인과에 관심을 보이던 학생들이 인턴 수련을 받은 이후에는 의료소송에 대한 리스크 부담으로 전공과목을 선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학회(이사장 김선행)는 지난 2월 한달간 전국의 수련병원 인턴 125명(남자 67명, 여자 58명)을 대상으로 '산부인과 전공을 기피하는 이유'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상당수 응답자가 산부인과에 대한 학문적인 관심은 높지만 의료사고에 대한 리스크 부담으로 전공선택에 있어서는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특히 이번 설문은 지난 2월 인턴 수련을 마치고 3월 현재 진로를 결정한 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구체적인 설문내용을 살펴보면 '의대생 시절 산부인과에 대한 관심은 어떠했나'라는 질문에 '매우 많았다'라는 응답이 24% '약간 있었다'가 30%로 절반 이상이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작 인턴 수련 후 산부인과를 지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49%가 '의료 소송의 위험성이 많아서'라고 답했다.
이 밖에도 삶의 질 하락(20%), 수련 후 불투명한 진로(17%)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와 함께 '비인기과인 산부인과에 대한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2%가 진료수가 인상을, 40%가 의료소송에 대한 부담 경감을 꼽았다.
이어 기타 의견으로 '수련환경 개선'과 '산부인과 진료의 중요성에 대한 홍보 강화' '남자 산부인과 의사 기피 분위기 쇄신' 등을 거론했다.
또 '산부인과학회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하는 문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진료 수가 인상'이 39%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수련환경 개선'이 26%, 의료소송에 대한 부담 감소가 25%로 뒤를 이었다.
다시 말해 인턴 상당수가 진료수가 인상 및 수련환경 개선과 함께 의료소송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면 산부인과를 전공으로 선택할 의향이 있다는 얘기다.
또한 산부인과학회는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의료분쟁조정법에 대한 인지도 조사도 함께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54%만이 이를 인지하고 있었으며 46%는 의료분쟁조정법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들이 30% 분담하는 내용의 법 조항이 향후 산부인과를 선택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60%가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이어 '약간 부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 18%까지 합하면 78%가 의료분쟁조정법의 내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셈이다.
'의료분쟁조정법이 산부인과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진료환경을 매우 악화시킬 것이다' 혹은 '진료환경을 약간 악화시킬 것이다'라는 응답이 각각 50%, 15%로 절반 이상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와 반대로 의료분쟁조정법이 산부인과의 진료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20%에 그쳤다.
'산부인과 진료환경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응답에 관련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물어본 결과 답변의 69%가 '산부인과 의사들의 분만 기피현상이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으며 12%가 '분만 관련 전체 의료소송 건수가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산부인과학회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는 올해 전공과목을 선택하는 인턴을 대상으로 실시해 일선 의료현장의 분위기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면서 "현재 상태로는 산부인과의 미래를 장담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이 미달됐다는 것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닌 세상이 됐다"면서 "더 늦기 전에 정부가 산부인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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