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2014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체결…수가협상 '종료'
2014년도 수가 협상이 '부대조건 없는 전체 유형 협상 타결'이라는 결과로 마무리됐다. 그간 전례없던 일이다.
하지만 '최초'라는 수식어에는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가 남겨졌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공단과 공급자단체 간의 불신 등이 그것이었다.
'전체 유형 협상 타결, 게다가 부대조건도 없는'이라는 깔끔한 성과에도 뒷맛이 썩 개운치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왼쪽부터 약사회 조찬휘 회장, 한의협 김필건 회장, 치협 김세영 회장, 공단 김종대 이사장, 간협 성명숙 회장, 병협 김윤수 회장, 의협 노환규 회장
건강보험공단은 10일 공단 본부에서 '2014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체결식'을 하면서 수가협상을 최종 마무리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사협회 등 수가협상에 참여하는 6개 공급자 단체장이 모두 자리했다.
지금까지 수가협상 본격 시작을 알리는 단체장 상견례 자리가 아니면 6개 단체장이 다시 한번 함께 모이기가 쉽지 않았다.
김종대 이사장은 "정부의 예산편성시기와 연계되도록 해서 정확한 국고지원 규모를 산정하기 위해 수가협상 시기가 앞당겨졌다. 의약단체의 적극적 협조로 사상 처음으로 협상을 완전 타결시켰다"고 평가했다.
이어 "협상 결과에 아쉬움이 있을 수 있지만 서로 이해하고 진정성 있는 소통의 결과"라고 덧붙였다.
수가협상 당시 의협과 공단 수가협상단 모습
하지만 김 이사장의 말처럼 이번 수가 협상을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건강보험 재정절감이라는 공통의 과제 속에서 발생하는 가입자와 공급자간 의견차, 서로가 내미는 자료에 대한 불신 등 해마다 나오는 문제점들이 어김없이 다시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 수가협상에서도 부대조건은 수가 인상률을 좌지우지 하는 중요한 키워드였다.
올해는 다른 때와 달리 공급자단체가 실용적인 부대조건을 제안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수가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재정운영위원회의 활동이 다른 때와 달리 눈에 띄게 드러났다.
재정위는 부대조건 무용론을 지적하며 재정절감에 확실하게 기여할 수 있는 부대조건일 때에만 받아들이겠다는 단호함을 보였다.
지난해 협상에서 성분명 처방 등을 부대조건으로 내세웠다가 공급자 단체의 강한 반발을 부른 공단에 대해서는 부대조건을 제안할 재량권을 박탈하기도 했다.
의협은 만성질환관리제 활성화 협조, 사무장병원 척결 등을 제안했다. 약사회는 대체조제 및 일반약 DUR 활성화 등 8개의 부대조건안을 제시했다. 병협은 만성질환 예방 관리사업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재정을 절감할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당했고, 결국 부대조건 없이 협상을 타결했다.
이에 시민단체는 성명을 내고 "2.36%라는 수가인상률은 작년과 같은 수준이지만 형식적인 부대조건도 달지 않은 상황에서 타결된 순수한 수가로는 매우 높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대조건을 통한 제도개선을 유인하기 위한 조건도 달지 않고 공급자 퍼주기식 수가인상을 한 공단은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단-공급자단체, 서로의 자료 못 믿어
공단과 공급자단체 수가협상단이 내놓는 각종 자료들도 서로가 믿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병협은 수가협상을 할 때마다 기자간담회, 보도자료를 통한 여론전으로 병원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적자를 보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의협 역시 자체적으로 환산지수 연구용역 결과 자료를 들고 일차의료 활성화를 강조했다. 공단은 진료비 통계자료 등을 내밀었다.
그러나 상대방 자료를 평가절하하는 모습을 되풀이 했다.
수가협상 후 전국의사총연합은 공단의 자료 독점을 금지하고 자료 접근성을 법적으로 보장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재정위, 제도개선 위한 논의 계속 할 것"
가입자 모임인 재정운영위와 공단, 공급자 단체의 평행선 구도에도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모습을 이번 협상에서는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보험자인 공단은 공급자단체와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세다.
환산지수 연구 과정에 공급자를 참여시켜 한국형 환산지수 연구모형 개발을 위한 의견수렴에 나서는가 하면, 재정운영위원회는 수가협상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공급자단체와 만남을 가졌다.
재정운영위 소위원회와 공급자 단체는 지난달 16일 건보공단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재정위는 앞으로 수가협상 때만 반짝 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모임을 가지면서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한 논의를 계속 해 나갈 예정이다.
여기에는 공급자단체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위 위원장을 맡은 연세대 정형선 교수는 비급여 통제, 협상 시 유형 세분화 문제를 재정위 차원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제도에서 가장 아킬레스건은 비급여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형 세분화 협상 역시 수가협상의 부대조건 의제로 다뤄지기 보다는 다른 차원에서 먼저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급여 팽창, 유형별 세분화를 비롯해 환산지수에 상대가치점수 상승과 볼륨 증가를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 등 제도개선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며 "단순히 수가 차원을 넘어서서 시각을 넓혀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의료계의 목소리도 들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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