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행정학회 25주년 기념 학술대회|
병상 수를 양적으로만 규제하는 현 정부의 정책은 공급 과잉 결과만 불러오고 결국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단순 총량을 기준으로 한 제도 적용을 지양하고 질적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
한국보건행정학회는 7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25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진석 교수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이진석 교수는 '보건의료 병상자원정책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 발표를 맡았다.
이진석 교수는 우선 2000년 전후 각각 10년간의 병상 공급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종합병원 병상은 서울과 수도권, 시 지역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지만 병원 병상의 급격한 증가로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었다.
병원은 도 지역과 비수도권 지역, 군 지역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고, 점유율이 증가 추세였다.
의원은 전반적으로 비중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했다.
이 교수는 구체적으로 경남 합천군을 예로 들면서 추가적인 병상 공급은 불필요한 지역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합천군에는 삼성합천병원, 합천병원, 합천고려병원 등 병원 3곳, 의원 16곳 등에 총 728병상이 있다.
여기서 합천군의 병상이 적정한 것일까?
이 교수는 "총량으로 보면 적정할지도 모르지만 지역 주민이 필요로 하는 일정한 수준의 질적 요건을 갖춘 의료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삼성합천병원과 합천병원은 모두 응급실이 있다. 응급실이 기본적으로 돌아가려면 250~300병상 이상은 돼야 한다고 한다. 결국 총량은 적정할지 모르겠지만 지역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 하는 측면에서는 공급부족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진석 교수는 현재 병상 총량이 과잉이지만 공급 과잉과 부족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병원과 의원 병상이 전체 병상의 62%를 차지하고 있지만 병상이용률은 각각 63.4%, 23.1%에 불과했다.
그는 "지역 주민의 실질적인 의료 필요와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여건을 갖추지 못한 병원이 전체 병상과 증가 병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지방 병상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환자는 수도권 병원을 찾는 상황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양이 아니라 질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또 대형병원의 무분별한 병상 확대로 환자 쏠림 현상이 심해져 중소병원의 경영 악화 원인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빅4 병원으로의 환자가 집중되면서 피해를 보는 것은 병원이 아니라 빅4 이외의 상급종합병원이다. 빅4 병원으로 환자 집중으로 인한 병원 피해는 미미하다"고 꼬집었다.
구체적으로 현행 100%인 빅4 병원의 병상이용률이 종합병원 평균인 80%로 하락하고, 이에 해당하는 환자가 모두 병원으로 이동한다면 병원 한 곳당 월평균 3.6명의 입원환자가 증가한다는 것.
그는 "중소병원의 경영 악화 원인은 중소병원 자체"라면서 "지역주민의 실질적인 의료 필요와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여건이 약하고 동네의원과의 역할 구분도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병상총량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병상 수급 조정 기능을 확보해서 지역병상수급계획 조정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30병상 이상인 병원의 병상 기준과 인력, 시설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지역 간 병상자원의 질적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상총량제 적용 대상에서 의원 병상은 제외하고 종합병원과 병원을 구분해서 병상총량제를 적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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