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중인 원격진료와 영리 자법인 정책을 의료 영리화로 규정지은 전공의들이 조직을 구성해 이에 대한 투쟁에 나선다.
하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라는 대표 단체가 있음에도 별도의 조직을 신설한다는 점에서 대한의사협회와 같은 분열이 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별도의 전공의 투쟁 조직 구성…집행부 불신 팽배
원격진료와 영리 자법인에 반대 의사를 가진 전공의들은 21일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전공의 모임'을 발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번 모임은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4년차 윤정원 전공의의 제안으로 이뤄졌으며 의료민영화 정책에 대한 반대 투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 전공의는 "빠르게 추진되고 있는 의료민영화 정책에 맞서 한국의 보건의료를 지키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전공의들의 행동이 절실하다"고 발족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공의들이 민주적이고 개방적으로 토론하고 보다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모임을 조직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대전협 이라는 대표 단체가 있음에도 이러한 모임을 발족하게 된 이유는 뭘까. 우선 최근 투쟁과 관련한 대전협의 행보와 관련이 깊다.
실제로 이번 대정부 투쟁에서 전공의들은 상당한 힘을 발휘했다.
3월 10일 진행된 투쟁에서 5천명에 달하는 전공의들이 진료실을 뛰쳐 나오면서 정부를 당황하게 만들었고 이는 곧 의정합의의 기반이 됐다.
하지만 결국 전공의들이 극렬하게 반대했던 원격진료가 시범사업 형태로 추진되면서 이용당한 것이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전공의들은 대의원 임시총회 등을 통해 투쟁 방향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집행부는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모임은 결국 이러한 집행부에 불만을 느낀 전공의들이 모여 만든 산물인 셈이다.
이러한 경향을 방증하듯 13일 서울의대에서 개최된 대전협 정책 토론회에서도 집행부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왜 아무런 대책과 전략을 마련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A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몇년 만에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쓰며 전공의들이 뜻을 모았는데 2차 파업이 유보되면서 우왕좌왕 하고 있다"며 "대표들이 모인 SNS 공간에서도 토론회나 임총을 열자는 의견이 지배적인데도 집행부가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B대병원 전공의 대표도 "집행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은 피할 수가 없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임총 등을 기획해 각 지역 전공의들의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협과 관계가 관건…별도 활동시 분열 불가피
이에 따라 과연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전공의 모임이 대전협과 어떠한 관계를 가져가는가가 관건으로 보인다.
만약 완전히 별도의 노선으로 활동하게 된다면 노환규 집행부와 대의원회간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의협과 다를바 없는 분열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정원 전공의는 "대전협은 전공의들의 민의를 보다 예민하게 수렴해 투쟁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좀더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대전협 집행부가 소통이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전제하고 의견을 모으기 위한 별도 기구를 만들겠다는 의견인 셈이다.
따라서 의견을 대전협에 전달하는 중간자 역할을 한다면 동반이 가능하지만 혹여 별도의 투쟁을 기획하게 되면 세가 분열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전협은 최대한 전공의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투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대전협 장성인 회장은 "수련환경 개선과 대정부 투쟁 두가지 안건이 물려 있어 부득이 하게 투쟁 부분을 비대위에 전권을 이양한 것"이라며 "권한을 이양한 상태에서 집행부가 나선다면 오히려 분란이 일 수 있기에 이에 개입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필요하다면 전공의들의 의견을 묻기 위한 임시총회를 열 계획이 있다"며 "다만 현재 의협의 상황에 극단적으로 돌아가고 있으니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진행하고자 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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