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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원격진료 텔레마케터 전락…선배 믿지 말자"

발행날짜: 2014-04-14 06:09:03

대전협, 독자 세력화 급부상 "수가결정, 국민 설득 최우선"

최근 2차 의정합의로 원격진료 시범사업이 확정되자 3·10 투쟁을 이끌었던 전공의들이 실망감을 드러내며 독자적인 투쟁을 기획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전공의들의 의지를 이용하는 의협이나 병협 등 선배들을 믿지 말고 시민단체 등과 손을 잡는 방법 등으로 독자적인 의견을 내야한다는데 뜻을 같이 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3일 서울의대 강당에서 '젊은 의사, 의료의 미래를 말하다'라는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고 원격진료와 영리 자법인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전공의들은 원격진료와 영리 자법인을 막아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현재 수련시스템의 문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표출했다.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윤정원 전공의는 "원격진료가 시행되면 전공의들은 모두 텔레마케터로 활용될 수 밖에 없다"며 "아마도 전공의들은 아침 회진 후 수술에 들어갔다가 텔레마케팅실로 끌려들어가는 신세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투자 활성화 정책, 즉 영리 자법인 문제에 대해서도 큰 우려를 표했다. 건정심 구조 개선보다 이를 막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는 것이다.

윤 전공의는 "지금도 의대 교수들에게 하루 몇명의 환자를 봤고 얼마를 벌었는지 하루에 한번씩 문자가 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법인이 허용되면 의대 교수들은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을 파는 장사꾼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의협은 건정심 구조를 바꾼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지금 투자활성화 대책이 더 큰 문제"라며 "의협이 한참 잘못 짚은 셈"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전공의들도 이에 동의했다. 현 상황에서 건정심 구조 개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조병욱 전공의는 "수가 결정은 정부랑 싸워서 될 일이 아니다"며 "위원 한 두명 바꾼다고 개선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결국 가입자와 공급자, 즉 국민과의 협상이 가장 큰 관건"이라며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우선이지 정부 자리를 뺏어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공의들은 각자의 이해 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의협과 병협 등 선배들을 믿지 말고 전공의들만의 힘으로 요구를 관철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3월 10일 대정부 투쟁에서 그 가능성이 충분히 검증된 만큼 이제는 선배들과 다른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윤 전공의는 "이미 3월 10일 파업에서 전공의들은 엄청난 동력을 보여줬다"며 "하지만 이후 중요한 안건 논의나 결정에 전공의들의 목소리는 크게 반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의료 정책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힘을 지닌 것이 바로 전공의"라며 "의협 선배들보다 우리가 의사로 살아가야 할 나이가 더 많고 가장 잃을 것도 많은데 우리는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발제에 나선 조 전공의도 이 의견에 힘을 보탰다. 선배들이 전공의들의 미래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조병욱 전공의는 "원격진료 하나의 안건만 봐도 의협과 병협 의견이 다르지 않느냐"며 "아마 이미 자리접은 선배 개원의들도 찬성 의견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단골 환자를 잡고 있는 선배들은 원격진료가 오히려 환자를 지킬 수 있는 시장 진입 장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시장에 진입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큰 피해가 오는데도 전공의들은 왜 말이 없는 것이냐"고 자성했다.

따라서 전공의들은 지속적으로 현안을 논의하고 고민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져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윤 전공의는 "빠르게 추진되고 있는 정부 정책에 맞서 누구보다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전공의들의 행동이 요구된다"며 "보다 민주적이고 개방적으로 토론하며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기 위한 모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칭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전공의 모임'을 조직하려 한다"며 "의사와 환자 모두를 위한 보건의료 체계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 보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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