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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뇨기과 존립 기로…하지만 미래 밝다"

손의식
발행날짜: 2014-04-17 06:10:06

신명식 회장 "정부 지원 절실…전문성 제고 노력 병행"

비뇨기과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의 비뇨기과 전공의 수급부족은 비뇨기과의 존립 자체를 흔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비뇨기과 전공의 확보율은 지난 2009년 90.2%에서 2010년 82.6%, 2011년 54.9% 2012년 47.0%로 급감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무려 25.3%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타 진료과에서의 비뇨기질환 진료는 가뜩이나 어려운 비뇨기과 개원가의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하소연도 높다.

대한비뇨기과의사회 신명식 회장(명비뇨기과의원 원장)을 만나 비뇨기과가 가진 문제와 해법 등을 들어봤다.

Q. 비뇨기과를 이야기할 때 항상 '위기'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비뇨기과가 위기에 봉착하게 된 근본적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비뇨기과는 수술하는 외과 파트이다. 그런데 다른 외과 계열에 비해 수술에 대한 보험수가가 턱없이 낮은 것이 문제이다. 비뇨기과 수술은 종류도 많고 난이도도 높은데 수술수가는 처음부터 다른 외과계열에 비해 낮게 책정됐다.

Q. 비뇨기과 수술수가가 처음부터 낮게 책정된 이유는 어디에 있나.

A. 한마디로 메이저 진료과와 마이너 진료과의 차이다. 정부는 흉부외과나 산부인과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수사가산 등의 지원책을 펴고 있지만 비뇨기과에 대해서는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비뇨기과 차원에서 공청회 등을 통해 정부의 지원책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반응은 미미한 상황이다.

Q. 비뇨기과 전공의 수급률에 대한 우려가 크다. 지난해는 비뇨기과 전공의 확보율이 25.3%에 불과했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향후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A. 지난해 비뇨기과 전공의 수급은 모든 진료과 중 최하를 기록했다. 정부가 현재 비뇨기과의 현실에 대해 심각성을 갖지 않고 방관할 경우 몇 년 후에는 비뇨기과의 학문적 명맥이 끊길 수도 있다. 심각성을 깨닫고 적극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정부의 의지에 달려있다. 흉부외과도 정부에서 수가가산 등을 지원한 이후 전공의 수급이 나아졌다. 중요하지 않은 진료과는 없다. 모든 진료과가 골고루 발전하는 것이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중요하다.

Q. 비뇨기과의 위기가 반드시 수가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다른 진료과에서의 비뇨기질환 진료가 비뇨기과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높다.

A. 비뇨기과는 원래 환자 수가 적은 진료과이다. 최근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전립선 비대증 등 비뇨기질환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비뇨기과는 여전히 어렵다. 비뇨기질환 환자들이 다른 진료과에서 진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비뇨기과의 진료량이 늘지 않고 있다.

Q. 다른 진료과에서의 비뇨기질환 진료 시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

A. 다른 진료과에서는 방광이나 전립선 등에 검사가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료하기 때문에 환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약을 복용하지 못할 수 있고 반대로 약을 과다 복용할 우려도 있다.

특히 전립선 환자의 경우 초음파를 하지 않고는 전립선의 크기를 알 수 없다. 보통 전립선 약은 전립선의 크기를 줄이는 기능을 하는데 적절한 검사가 선행되지 않은 경우 무분별한 처방이 이뤄질 우려도 크다.

또한 과민성 방광과 관련된 치료제도 흔하게 처방되고 있는데, 과민성 방광의 경우 잔뇨가 많은 환자에게 검사없이 약을 투여하면 오히려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비뇨기과 환자들은 비뇨기과에서 적정하게 진단받고 진료받는 게 좋다.

Q. 비뇨기과를 터부(taboo)시하는 국민적 인식이 높다. 이런 이유로 비뇨기질환 환자가 비뇨기과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A. 비뇨기과는 성병과 성기 확대 등의 이미지 강한 것이 사실이다. 비뇨기과의사회와 비뇨기과학회는 이같은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몇 년전부터 활발한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비뇨기과는 누구든지 갈 수 있는 곳이라는 내용의 만화를 만들어 대국민 인식 제고에 나설 계획도 가지고 있다.

Q. 비뇨기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내부적 과제는 무엇인가.

A. 비뇨기과 환자들이 비뇨기과를 찾아 제대로 된 진료를 받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비뇨기질환 진료의 전문성과 차별성을 부각해 역량을 높이기 위한 비뇨기과 의사들 스스로의 노력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선 근본에 충실해야 한다.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긴 하지만, 비뇨기과 스스로 전문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Q. 최근 발기부전 치료제 오남용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다.

A. 발기부전 치료제는 예전부터 오남용 우려 약물로 지정돼 있었는데, 물질특허 만료에 따른 제네릭 출시 등으로 약가가 인하되면서 오남용의 우려가 커졌다. 실제로 발기부전 치료제가 선물로 사용되는 오남용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안전하기만 한 약은 아니다. 여러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고 금기환자들도 분명히 있다. 비뇨기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은 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비뇨기과 의사회는 반드시 비뇨기과 전문의의 진단과 처방이 있을 때만 발기부전 치료제를 다량 처방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Q. 비뇨기과의 미래가 궁금하다. 미래에도 지금의 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나.

A. 우리나라는 갈수록 고령인구가 늘어날 것이다. 노인의 경우 다른 연령층에 비해 전립선이나 방광 등과 관련된 비뇨기질환 발생률이 높다. 솔직하게 비뇨기과 입장에서만 볼 때 인구 고령화는 나쁘지 않은 현상이다.

정부가 비뇨기과의 문제를 인식하고 적극 지원에 나서는 한편 비뇨기 질환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제고된다면 비뇨기과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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