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이사장과 건강보험심평원 손명세 원장이 약속이나 한듯이 나란히 세계화를 향한 국제적 교류에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두 수장이 정작 본연의 업무를 뒤로 한 채 대외 행보만 신경쓰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김종대 이사장
건보공단은 최근 담배 소송을 진행하면서 세계보건기구(WHO)와 관계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담배소송에 필요한 기술적인 지원 및 전문가 네트워크를 제공받기로 했다.
지난 22일에는 미국 담배 소송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던 주요 인사들을 초청해 국제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김종대 이사장은 지금이 전국민 단일 보험인 건강보험을 세계에 수출해 '건강보험 한류'를 만들 수 시기라고 평가하고 있다.
1977년 1인당 국민소득 1043달러 수준일 때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해 5000달러에 이르러 전국민 확대를 달성한 성과는 개발도상국가들에게 매력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종대 이사장은 "WHO가 2016년부터 실천할 새로운 새천년 개발목표에 보편적 건강보장(UHC)을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다. 2016년 우리에게 올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건강보험을 운영할 전산시스템과 전산장비 등 IT를 기반으로 한 우리나라만의 건보 수출을 해야 한다. 병원과 의료장비, 의약품 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건강보험의 새로운 한류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새롭게 심평원을 이끌게 된 손명세 원장은 취임 초기부터 "심평원 주도 국제기구를 설립하는 것"이 임기 중 꿈이라며 국제화에 눈을 돌렸다.
그는 '구매대행기구'라는 개념을 끌고와 심평원의 역할을 설명해고 있다. 환자들이 병원이나 약국을 찾아가서 하는 구매행위를 심평원이 대행해서 합리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명세 원장
심평원은 최근에는 글로벌 기관으로의 도약을 위해 향후 3년간 미래발전계획을 담은 'HIRA-Upward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또 심평원의 영문이름인 '히라(HIRA)'를 앞세워 아프리카·중동 지역 25개국 주한대사를 초청해 세계화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손 원장은 "전세계에서 심평원의 심사 프로세스만큼 정교한 게 없다. 국제적으로 심평원의 위상을 정립해서 세계적인 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손 원장의 세계화에 대한 관심은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는 한국인 중에서는 세번째로 유네스코 국제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선정됐으며, 유엔 산하 에이즈 전담기구인 유엔에이즈(UNAIDS)에서 특별보좌관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아시아태평양공중보건학회 차기회장에 선임되기도 했다.
의료계 "본연의 업무부터 잘 해야" 우려
의료계는 국내 보건의료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마당에 공단과 심평원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건보공단은 2016년 건보료 적자가 예상되고 있고, 재정누수를 막기 위한 각종대책을 세우고 있으며, 노조가 전면 파업한다는 내환까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세계화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심평원도 객관적이고 예측가능한 심사기준 마련, 중앙평가위원회 등 공급자가 동의할 수 있는 평가, 전문적 심사를 하는 것이 먼저"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건보공단이나 심평원이 본연의 업무를 잘하면서 신규사업을 한다면 칭찬할 일이지만 너도나도 들떠서 거품에만 차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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