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에 큰 바람을 일으켰던 세계인명사전이 소리없이 사라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각 대학병원들이 앞다퉈 교수들의 등재 소식을 홍보하며 붐을 일으켰지만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학계에서 조용히 퇴장했기 때문이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불과 2~3년전만 해도 교수들이 세계인명사전에 등재되면 언론에 알리고 했지만 이제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며 "등재에도 별 관심을 두지 않을 뿐더러 등재된다 해도 별 감흥이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주니어 스탭들의 경우 일정 부분 등재에 의미를 두기는 하지만 그것도 예전만 하지는 못하다"고 설명했다.
불과 2010년대 초반만 해도 각 의과대학 교수들은 마르퀴즈 후즈후와 미국인명연구소(ABI), 국제인명센터(IBC) 등 세계 3대 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영예로 생각했다.
각 의대와 대학병원들 또한 앞다퉈 이러한 소식을 홍보하며 명의 마케팅의 도구로 활용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불과 2~3년만에 이는 구시대 유물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대다수 의대와 대학병원들은 더 이상 교수들의 세계인명사전 등재를 홍보하거나 알리지 않고 있다.
불과 몇년 사이에 세계인명사전이 자취를 감춘 이유는 뭘까.
너무 많은 학자들이 등재되면서 차별성을 갖지 못하는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더이상 경쟁력의 수단으로 삼기가 힘들어 졌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솔직히 이제 대학병원 정교수라면 다들 한번씩은 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느냐"며 "홍보하는 것이 오히려 창피한 일이 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한 의미에서 등재시 일정 부분 부담해야 하는 금액도 더이상 효용가치가 없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B대학병원 관계자는 "세계인명사전에 등재되면 자연스레 그 인명사전을 구입해 주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져 왔다"며 "인명사전 자체가 상당히 고가라는 점에서 이 부담도 한몫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의대 교수들이 과도한 마케팅에 환멸을 느낀 것도 이유라는 풀이를 하고 있다. 지나친 명의 홍보에 교수들이 지쳤다는 분석이다.
C대학병원 관계자는 "각 일간지와 방송, 잡지까지 나서서 온통 명의 마케팅을 하니 교수들은 물론, 병원도 신물이 나지 않겠냐"며 "이제는 환자를 끌어야 하는 지방 중소병원이나 개원의들 외에는 이러한 방식의 홍보를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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