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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대 뉴스④|노환규 탄핵. 충격적 등장과 퇴장

발행날짜: 2014-12-16 11:58:53

메시아에서 돈키호테, 카리스마에서 독선까지 극과 극 평가

의료계 일각에서는 노환규 전 회장의 등장을 두고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메시아가 등장했다는 말들이 나돌았다.

의사 전용 포탈사이트 '닥플'의 운영자로 이름을 떨칠 때만 해도 그가 의협의 제 1의 견제자로 부상할 거란 예상은 전무했다.

그 예상을 보기 좋게 깨버린 것은 계란 투척 사건. 2011년 12월 10일. "선택의원제를 통과시킨 경만호 회장은 사퇴하라"는 구호와 함께 계란은 노환규 회원의 손을 떠났다. 보기 좋게 명중한 계란 투척 사건으로 인해 노환규 회원은 알을 깨고 나온 '메시아'의 존재로 급부상했다.

그 흔한 연줄 하나 없었다. 의사회 기반도, 학회 기반도 없었다. 믿을 구석이라곤 커뮤니티 공간의 닉네임으로 불리는 '동지'들 뿐.

커뮤니티 공간에서 "불합리한 의료제도를 참지말고 바꾸자"는 작은 외침이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었다. 나현 전 서울시의사회 회장도, 주수호 전 의사협회 회장도 그를 막진 못했다.

2012년 3월 25일 제 37대 의사협회장 투표일. 839표를 얻은 노환규 후보는 221표에 그친 차점자 나현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의료계의 새 아이콘으로 급 부상했다. 선배 중심의 의료계 사회를 침묵케 한 하나의 사건이었다.

회원들이 노환규 회장이 메시아가 아닌 인간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미처 몸도 풀기 전에 포괄수가제 당연 적용이라는 초대형 현안이 엄습했지만 노 회장의 선택은 예상 외로 싱거웠다. 의료계가 자발적으로 수술 연기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노 회장의 정몽준 의원과의 조율로 수술 거부 카드를 접었다.

선거인단 59%의 절대적인 지지로 당당히 협회를 장악한 노환규 회장의 집권 체제는 취임 1년을 넘어가면서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

리더십이 문제였다. 카리스마로 불렸던 리더십은 어느 순간 독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회원들의 반발을 무릎쓰고 강행한 리베이트 자정선언에 이어 포괄수가제 당연 적용에 조건부 찬성한 병협을 투쟁의 대상으로 규정하면서 고립을 자초했다.

임채민 복지부 장관과의 대화 장소를 두고 대립한 것도 고립의 단초로 작용했다. 가장 큰 문제는 내부의 분열을 확대, 재생산하며 의료계에 생채기를 남겼다는 점이다.

노 회장은 공단과의 2013년도 수가협상이 결렬되자 11월 8일 전국의사대표자 긴급 연석회의를 소집해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노 회장은 대정부 투쟁 로드맵까지 제시했지만 대표자들이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대정부 투쟁을 밀어붙이자 의료계 지도자들이 반기를 든 것이다.

결말은 화려한 등장만큼 굴곡이 깊었다.

올해 3월 총 파업에 이어 제 2차 의정합의에서 도출한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여파가 크게 다가왔다. 회원들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불신임 발의의 촉매제가 됐다.

불신임 안건을 발의한 조행식 대의원은 "노 회장이 회원투표와 비대위, 투쟁위 구성을 독단적으로 했다"는 이유를 들어 불신임을 밀어붙였다.

노 회장은 끝까지 판세를 뒤엎기 위해 전 회원 투표와 사원총회 개최를 추진하며 끊임없이 대의원회 의결의 무력화를 시도했다. 집행부와 대의원의 갈등이 깊어지는 사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도출됐다.

2014년 4월 19일. 결국 노환규 전 의협회장은 106년 의협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으로 물러난 최초의 인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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