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깨가 아파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시립병원을 찾은 A씨. 어깨 쪽만 보면 되는데 의사는 목과 허리 전반으로 MRI 촬영을 했다. 결과는 '이상 없음'.
A씨는 병원이 어깨를 집중적으로 봐야 하는데 괜히 넓은 부위를 찍었다고 항의했다. 병원 측은 A씨의 성화에 초음파 검사까지 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A씨는 초음파 검사를 해준 것 자체가 의료과실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며 해당 병원 원무과에 민원을 넣었다.
병원 측은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는 답변 외에 더는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좀처럼 화를 가라앉히지 못한 A씨는 환자고충상담소 문을 두드렸다. 보건복지부, 보건소 등에 민원을 넣기 전 마지막이라는 심정이었다.
A씨의 사연을 들은 환자고충상담소 상담원은 "치료가 먼저"라며 "계속 어깨가 아프면 다른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고, 결과가 달리 나오면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고 제안했다.
서울시가 환자권리 옴부즈만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9일부터 제공하고 있는 콜센터 서비스에 걸려온 첫 번째 상담 전화다.
의료계는 환자고충 상담 서비스를 또 하나의 규제로 규정하고 환자와 의사의 신뢰를 깨뜨리는 일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부정적인 시선이 잇따르자 상담 서비스를 주도 하고 있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의 고충'을 주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히려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도 했다.
환자단체연합에 따르면 지난 10일 상담소 문을 연 후 주말을 제외하고 단 이틀 만에 31건의 상담 전화를 받았다.
상담소는 ▲환자고충토로 청취 ▲민원해결기관 안내 ▲피해구제기관 안내 등 세 가지 부분에 대해서 듣는다.
안기종 대표는 "10건 중 8건은 환자들이 분한 마음을 어디다가 이야기할 데 없어 하소연하는 내용이다. 실제 소비자원이나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도움이 필요한 의료사고, 법령 위반 등에 대한 상담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환자의 고충을 들어주고 의료민원 상담처를 안내해주는 서비스"라며 "환자고충상담소는 환자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함이다. 의료계의 예민한 반응은 오히려 환자 불신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자단체연합은 약 한 달간 환자 상담 전화 내용을 분석해 이달 말 열릴 환자권리옴부즈만 운영위원회에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시도 '규제'보다는 '감정'에 초점을 맞춘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 보건정책팀 관계자는 "보건소는 행정처분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 민원을 받는다. 단순 민원은 보건소에서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고충 상담 서비스를 통해 의료기관에 처분을 내리거나 시정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환자의 고충을 들어주다 보면 감정적으로 해소되는 부분이 있다. 조치보다는 감정 해소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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